[야고부] 일본 침몰 예언

입력 2018-04-21 00:05:00 수정 2018-10-12 09:18:04

에드거 케이시(1877 ~1945'미국)는 20세기 가장 유명한 예언가로 꼽힌다. 그는 1929년 주식시장 붕괴와 대공황, 2차 세계대전, 소련 몰락 등을 예언해 이름을 떨쳤다. 일본 열도가 침몰한다는 예언도 남겼다. "일본의 대부분은 반드시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The greater portion of Japan must go into the sea) 그는 일본 침몰 예언을 하면서 '반드시'(must)라는 단언적 표현을 썼다. 그의 다른 예언문에 거의 보이지 않는 확신적 어조다.

일본 침몰을 예언한 사람은 케이시 말고도 더 있다. 우리나라의 탄허 스님과 일본의 기다노 대승정, 미국의 루스 몽고메리도 비슷한 예언을 했다. '불의 고리' 지대라서 불안한 땅 위에 사는 일본인들로서는 일본 침몰 예언들이 찜찜할 수밖에 없다. 예언은 대중들의 무의식에 막연한 공포심을 드리울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일본에서는 '일본 침몰'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1960, 70년대에 출간돼 400만 부나 팔렸고 나중에 영화로도 만들어져 크게 흥행했다.

예언은 또한 대중에게 허황한 기대심을 심어놓기도 한다. 댓글 조작 사건으로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드루킹' 김모(48) 씨도 일본 침몰론을 퍼뜨렸다. 조선 말기 예언서 '송하비결'을 해석해 도출한 예언이라는데, 그는 일본 침몰이 우리나라 국운 도약의 큰 기회가 될 것이기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황당론을 폈다.

그의 주장대로 일본이 침몰하면 과연 우리나라에 득이 될까? 미운 이웃나라 일본이 침몰하기를 은연중에 기대하는 이도 없지 않은데 이만한 단견도 없다. 일본 침몰은 필연적으로 태평양 연안 국가의 대재앙으로 이어진다. 한반도에도 초대형 쓰나미가 덮쳐 땅 위의 모든 것을 쓸어버릴 것이다. 원전도 치명타를 입어 한반도 남부는 수천 년간 사람이 살 수 없는 방사능 지옥이 되고 만다. 경제적으로도 일본이 갑자기 사라지면 세계는 대공황조차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을 입게 된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질학적으로 일본은 융기하는 지각의 한 부분이기에 땅이 높아질지언정 가라앉을 일이 없다. 상식과 분별력만 있다면 일본 침몰 같은 예언에 정신 혹할 일이 없다. 허황한 예언으로 혹세무민하는 이가 있고 이를 추종하는 이들이 21세기에 있다는 사실에 헛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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