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비극의 악순환

입력 2018-04-20 00:05:00 수정 2018-10-12 09:18:20

'역사는 되풀이된다. 언제나 비극으로….'

1)시계를 4년 6개월 전으로 되돌려 당시 신문을 보자.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 참석해 사의를 표명했다.' 2013년 11월 15일의 사건이다. 당시 정 회장은 2015년 3월까지 임기를 1년 4개월여 남겨둔 상태에서 갑작스레 퇴진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다음해 3월 후임 권오준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퇴진했다.

정 전 회장이 퇴진 의사를 표명한 것은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지 9개월이 지났을 때다. 정 전 회장은 그해 6월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수행기업인 명단에는 포함됐지만, 만찬장에는 초대받지 못했다. 그해 8월 10대 그룹 청와대 초청 명단에 누락시키면서 청와대는 노골적으로 물러나라는 압력을 보냈다.

2)어제(19일 자) 신문을 보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 참석해 사의를 표명했다.' 2018년 4월 18일의 사건이다. 권 회장은 2020년 3월까지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겨둔 상태에서 갑작스레 퇴진 의사를 밝혔다. 그는 2, 3개월 후 후임 회장이 선임되면 퇴임한다.

권 회장이 퇴진 의사를 표명한 것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지 11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권 회장은 문 대통령의 미국'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 등 네 차례 해외 순방 동안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모두 제외됐다. 재계서열 6위 기업 포스코의 총수를 대통령 해외 순방에 누락시키면서 청와대는 노골적으로 물러나라는 압력을 보냈다.

1)과 2)는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코스프레(흉내) 정도가 아니라 판박이다. 차이점은 박근혜와 문재인, 정권이 다르다는 것뿐이다. 포스코는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탓에 회장 선임과 퇴진에 있어 대통령이나 정권 실세에 의해 좌지우지됐다,

정준양 전 회장과 권오준 회장은 선임 당시 유력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다가 회장에 발탁된 의외의 인물이었다.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정 전 회장은 MB의 형 이상득 전 의원과 친밀한 관계로 알려졌고, 권 회장은 최순실과의 연관설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내밀한 이유 때문에 현 정권이 권 회장을 쫓아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문제는 권력을 잡았다고 또다시 회장 선임에 개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언제까지 포스코를 정치권의 '볼모'나 '전리품'으로 놔둘 것인가. 차기 회장 선임 과정을 지켜보면서 현 정권의 도덕성, 혹은 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확인하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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