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잔혹사' 엇갈린 포항 여론
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임이 발표된 18일 포항 지역에서는 "잘된 일이다" "현 정권도 과거와 다를 게 뭐냐" 등 엇갈린 의견으로 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특히 포항시는 권 회장 임기 중 맺었던 굵직한 사업 협약들이 이번 사임으로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다소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날 포스코는 "권 회장의 사퇴 의사 표명에 정치권의 압력설이나 검찰 내사설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권 교체 시기마다 포스코 회장 사임이 뒤따랐던 터라, 정권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가장 거셌다. 포스코 직원 A(45) 씨는 "이번 정권은 정치보복도 없을 것이라고 해놓고, 결국에는 이명박(MB) 전 대통령 구속 등 이전 정권을 수사하고 있지 않나. 권 회장도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긴 했지만, 사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정부가 몰고 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차라리 잘됐다'는 말도 적지 않다. 권 회장은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고, MB의 비리 의혹 등에도 묶여 언론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더욱이 포스코는 포항을 기반으로 한 철강기업임에도 권 회장은 최근 서울숲에 과학체험관을 포함한 청소년 창의마당을 건립해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말하는 등 수도권 위주의 공헌사업 계획만을 밝혀 포항시민들의 감정이 좋지 않았다.
정휘 바름경제정의연구소 대표는 "권 회장에 대한 불명예스러운 소리도 나오고, 자원외교와 관련된 비리 의혹에도 휘말려 있는 등 각종 구설에 휩싸인 상황에서 사임 결정은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사임을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고 했다.
지역 한 재계 인사도 "포항시민들은 포스코가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상생'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도움을 줬다. 그럼에도, 50주년을 맞은 포스코의 태도는 포항에 박탈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며 "이런 문제는 포스코 인사 시스템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 출신 인재들을 고위직에 발탁한다면 진정한 '상생'의 길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포항시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50주년을 맞은 포스코와 포항시가 이달 초 협약한 6개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협약한 사업은 ▷포항블루밸리국가산단 산업용지 매입 ▷포항지역의 방사광가속기 등을 활용한 바이오산업 투자 ▷흥해 등 특별재난 재생지역 재건축사업 ▷지역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 ▷사회사업 및 소외계층 지원사업 적극 추진 ▷포스코 투자사업에 대한 행정적 지원 등이다. 당시 포스코 등은 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 개편에 대비한 미래 신성장산업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협약을 맺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권 회장이 물러나더라도 포스코가 시와의 협약을 이행하리라고 생각한다. 이는 시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 협약이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포스코와 포항시의 신뢰는 깨지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이어 "권 회장의 사임은 글로벌 기업이 성장하는 방향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이 결정이 포스코와 국가가 살고, 포항시도 잘 사는 길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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