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민 안전 안중에 없는 SK머티리얼즈, 기업 윤리 어디갔나

입력 2018-04-19 00:05:04

가스 누출로 말썽인 영주 SK머티리얼즈의 기업 윤리가 의심받고 있다. 지난 13일 유독가스인 육불화텅스텐(WF6)이 누출됐을 때 발생 시각은 오전 6시 17분이라는 회사 발표와 달리 10분 전인 6시 7분이었다. 누출량도 당초 40㎏보다 10㎏이 많은 50㎏이었다. 또 인적 피해는 없다던 회사 발표와 달리 15명이 병원 진료를 받았거나 치료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실제 가스 누출 시각과 누출량, 피해 규모를 줄이거나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가스 발생 시각 문제와 누출량 축소, 인적 피해 정도는 회사의 자발적인 공개가 아니라 본사의 취재 결과 밝혀졌다. 특히 회사는 영주시와 영주시의회에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회사는 시민들에게는 뒤늦게 18일 알리겠다고 해명했다. 이는 사고 내용을 감추기 위한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 누출 가스에 직접 노출돼 생명 안전의 정보에 목마른 주민을 외면했다는 비판은 당연하다. 유독가스 누출 발생 시각은 대피를 위해 화급을 다투는 일로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런데도 이런 사실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았으니 회사 기업경영 윤리의 의심은 마땅하다.

이미 SK머티리얼즈는 잇따른 유독가스 누출 사고 및 화재'폭발 사고에다 영주시의회의 안전 관련 조례 제정을 교묘하게 방해한 사실로 회사 신뢰는 추락했다. 앞서 SK머티리얼즈는 지난 8년 동안 영주 주민들의 식수원인 하천수를 공짜로 쓴 불법 행위가 뒤늦게 적발되기도 했다. 영주에 사업 터전을 두었지만 되레 영주 시민은 물론 영주시와 영주의회까지 농락한 셈이다. 지역과의 상생 발전이라는 가치와는 거리가 먼 기업윤리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SK머티리얼즈의 기업 정신 일탈에 대한 비판에서 영주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영주시는 이번 사고 때 회사로부터 관련 정보를 추가로 받고도 이를 즉시 시민들과 공유하지 않았다. 회사 방해로 수정된 안전조례가 통과된 이후 꾸린 위원회를 지난 7개월이 지나도록 열지 않은 일도 이상하다. 주민 안전을 가장 앞서서 지켜야 할 영주시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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