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 왜 그러셨어요?" 수년간 학교 물품 빼돌린 의혹

입력 2018-04-19 00:05:04

교육청, 사실 여부 파악 조사 중

제보자가 제공한 동영상에는 A씨가 학교 용품인 간이책상을 개인 승용차에 옮겨싣는 장면이 담겨 있다.
제보자가 제공한 동영상에는 A씨가 학교 용품인 간이책상을 개인 승용차에 옮겨싣는 장면이 담겨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대구 달성군 한 학교 창고 앞. 한 남성이 창고 문을 열고 간이책상과 목판, 래커 등을 밖으로 꺼냈다. 남성은 잠시 주위를 둘러본 뒤 빼낸 물건들을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에 옮겨실은 뒤 학교 밖으로 빠져나갔다. 차량은 학교 교장 소유의 고급 승용차. 이 광경은 누군가 찍은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대구 달성군 한 학교장이 학교 물품을 수년간 상습적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학교장 A씨가 대구시교육청에 낸 경위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4년 9월 공모제 교장으로 부임한 후 3년여간 학교에 있던 수목과 체육시설 등을 무단으로 가져갔다. 가져간 물품은 모과나무'백일홍 등 수목과 축구 골대 및 테니스장 울타리, 수족관, 이동식 분무형 소독기, 간이책상, 조리실 국자, 급식실 스테인리스 계수대, 바닥재 등이다. A씨는 이들 물품을 자신의 1t 화물차에 실어 경남 창녕군에 있는 자신의 개인 농장에 옮겨둔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의 제보자가 본지에 전달한 사진과 동영상에는 학교 운동장에 있던 축구 골대 울타리가 A씨의 사유지에 쌓여 있고, 연못 옆에는 훔쳐간 것으로 추정되는 백일홍과 모과나무도 자라고 있었다. 이동식 소독용 분무기는 서류 기록상 타 업체에 매각한 것처럼 돼 있지만 실제로는 A씨가 업체 명의를 빌려 3만원에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재산 처분 시 용도폐지 절차를 거쳐 일반재산화한 후 매각'교환'양여 등을 통해 공식 처분하도록 돼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A씨는 "5t 화물차 분량의 폐기물을 처리하려면 120만원이 드는데, 직접 처리해 비용을 줄였다. 모과나무는 지난 2016년 학교 관사 매각과정에서 제거될까 봐 옮겼다"고 했다.

그러나 A씨가 사용 중인 물품을 가져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제보자는 "이동식 소독용 분무기는 사용 중이었다. 멀쩡하거나 재활용 가능한 물건만 가져갔고, 진짜 폐기물만 업자에게 맡겼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사안을 감사 중"이라며 "사실 여부를 판단 후 징계범위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상편집: 노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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