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공휴일, 어버이날

입력 2018-04-16 00:05:00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하자는 것은 대통령 공약 사항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시일이 촉박하고, 이런저런 반대가 많은 데 대해 부담이 있었던지 올해는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이 되었다.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에 반대하는 논리로 언론에 소개된 것 중에는 '공휴일 지정하면 시어버이의 날이 될 것이다' '부모님께 가지 못하는 불효자를 양산한다'와 같은 말들이 있었다. 그 말들은 그냥 '나는 시댁 식구들과 있는 게 싫어요' '나는 일하는데 남들 노는 꼴을 못 보겠다' 하면 될 말이지, 공휴일 지정과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는 말이다.

'공휴일'(公休日)은 한자 뜻 그대로 국가나 사회에서 약속으로 정해 공적으로 쉬는 날이다. 여기에는 어린이날, 현충일과 같은 국가기념일,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과 같은 국가경축일이 있으며, 일요일이나 신정, 설날, 부처님 오신 날, 성탄절같이 대통령령으로 정한 국가 공휴일도 있다. 공휴일은 그날에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의무가 부과되어 있는 날이 아니라 휴식을 하면서 편한 마음으로 그날의 의미를 새겨보는 날이다. 광복절이나 한글날에 국민들이 할 일은 잘 쉬고, 잘 놀면서 현재의 우리에게 휴식을 준 그날의 의미를 잊지 않는 것이다. 성탄절은 기독교를 안 믿어도 쉴 수 있는 날이고, 어린이날은 집에 어린이가 없어도 쉬는 날이다. 그날에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든지, 사람들 미어터지는 놀이공원에 가서 시간을 보내든지, 하루 종일 방안에서 게으름을 피우면서 보내든지 그것은 자유다. 아이와 잘 못 놀아 주었던 부모라면 어린이날을 기회로 아이와 같이 놀면 되고, 아니면 그냥 같이 쉬면 된다. 이런 공휴일들은 특별한 행사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기회를,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는 휴식을 주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어버이날이 공휴일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공휴일로 지정된다는 것이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충'(忠)의 의미를 되새기는 현충일과 비교해 보면 우리 민족이 가장 큰 가치로 생각해 온 '효'(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는 의미에서 보면 꼭 필요한 날이기도 하다. 효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부모님께 평소 하지 못했던 안부 전화도 할 수도 있고, 어린이날 아이와 함께하는 정도의 마음을 내어 부모님 모시고 외식을 하거나 야구장을 갈 수도 있는 일이다.

부모가 되어 보면 안다. 자신한테 돈을 쓰는 데는 단돈 몇 푼에도 벌벌 떨지만 자식한테는 기죽지 말라고 땡 빚을 내서라도 돈을 크게 쓰는 부모의 그 마음을. 그리고 그것이 나중에 금전으로 보상받기 위해 한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건강하고 올바르게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임을.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은 부처님, 예수님만큼이나 숭고한 부모님의 그 마음을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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