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브랜드, 베스트 기업] 재미컴퍼니

입력 2018-04-16 00:05:00

음원 유통에 블록체인 기술 적용, 저작권 보호 아이디어 주목 받아

재미컴퍼니 안신영 대표는 문화콘텐츠 기업으로는 드물게 대구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안 대표는 음원 유통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창작자의 저작권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미컴퍼니 제공
재미컴퍼니 안신영 대표는 문화콘텐츠 기업으로는 드물게 대구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안 대표는 음원 유통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창작자의 저작권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미컴퍼니 제공

"블록체인 기술에 문화콘텐츠를 담아 저작권 걱정 없는 음원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있는 '재미컴퍼니'는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문화콘텐츠 기업이다. 재미컴퍼니는 가수 지망생을 데뷔시키고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음원 유통 플랫폼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재미컴퍼니라는 이름도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담은 'Gemmy'(보석 같은)와 우리말 '재미'의 중의적 표현이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음원 서비스를 시작한 '벅스뮤직'의 창립멤버였던 재미컴퍼니 안신영(49) 대표는 '다니엘 듀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작곡가로 활동하며 겪던 어려움은 2015년 안 대표가 재미컴퍼니를 창업하는 계기가 됐다.

안 대표는 "매년 전국 대학의 실용음악과에서 배출되는 학생만 5만여 명인데 대부분 데뷔조차 못 하고 있다. 그들의 음악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발판이 돼주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다"며 "데뷔를 하더라도 저작권협회와 음원 스트리밍 업체를 거치면 작곡가나 가수가 버는 돈은 매우 적다. 적절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버는 지금의 음원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음원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자연스레 저작권 보호가 될 뿐만 아니라 만연한 불법다운로드에도 자유롭다는 것. 멜론, 벅스뮤직 등 기존의 음원 플랫폼과는 차별화된 방식인 셈이다.

안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재미뮤직'이라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며 "이달 안에 싱가포르에서 재미뮤직에 쓰이는 가상화폐 '재미코인'의 ICO(가상화폐 공개)를 하기로 했다. '한류코인'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저작권을 지킨다는 발상은 이내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4월에는 대구 기업으로는 최초로 이스라엘의 글로벌 벤처투자사 '요즈마'가 투자를 결정, 재미컴퍼니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음반산업협회와 한국방송연기자협회 등 국내 관계자들도 차례로 재미컴퍼니와 블록체인 기반 저작권 음원유통 플랫폼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제조업도 아닌 문화콘텐츠를 다루는 기업의 경우 지역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기획사, 음악 플랫폼 업체 모두 서울에 위치해 있어 지역에서 성과를 내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구에 연고가 없는 서울 토박이 안 대표가 창업을 결정하자 주변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안 대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다른 지자체에 비해 스타트업에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어 여건이 좋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창업 당시 대기업에서도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대구의 조건이 더 좋았다. 대구도 문화 기반이 잘 갖춰져 있고 세련된 사람들이 많아 나쁜 조건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며 "다만 지원에 있어서 성과 위주의 평가 방식은 아쉽다. 매출, 판매량이 즉각 나오는 제조업과 달리 콘텐츠 기업의 경우 좋은 계획과 비전을 봐줄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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