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119도 왔는데…악천후라 못 온 공군 구조대

입력 2018-04-13 00:05:41 수정 2018-10-12 18:02:35

경북부 이현주 기자
경북부 이현주 기자

칠곡군 유학산에서 5일 추락한 공군 11전투비행단 소속 F-15K 전투기의 수습 과정에서 공군의 석연치 않은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시신 수습이 완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영결식을 치른 점, 추락 현장에 공군 항공구조사(SART)가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이다.

공군은 사고 당일 조종석 시신 1구만 발견했다고 발표했지만 다음 날 바로 시신 2구 모두 발견했다고 정정했다. 그러면서 공군 관계자는 "시신 수습이 완전히 된 건 아니다. 시신 훼손이 워낙 심해서 그렇다. 하지만 유족들의 고통을 감안해 이 부분은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했다. 이후 공군은 7일 영결식을 감행했다.

일각에서는 시체 수습이 완결되지 않았음에도 사고 이틀 후 영결식을 치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전투기 추락 직후 공군 SART가 조종사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도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공군 SART(Special Air Rescue Team)는 대한민국 유일의 탐색구조 전문부대로, 공군 전투력의 핵심인 조종사를 구조 및 보호하는 것이 주 임무지만 이번 사고 현장에서 이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한 칠곡소방서 수색대원은 "SART가 출동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지 않았고, 공군이 아닌 우리 소방대원들이 조종사들의 시신를 수습했다"고 했다.

사고 발생 지점의 토양 오염 여부도 쟁점이 되고 있다. 10일 사고 현장을 확인한 칠곡군청 직원 A씨는 "전투기 날개 부분에 유류가 없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엔진 부분의 유류는 어떻게 됐는지 접근이 어려워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체 잔해 수거는 사고 당시와 별다른 진전이 없어 보이더라. 수거작업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공군 11전투비행단 정훈공보실 관계자는 "시신 수습이 완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유족들에게 공지했고 장례 절차도 협의해 진행했다. SART의 경우 출동은 했지만 기상상황 때문에 실제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토양 오염 우려와 관련해선 기체의 대형 잔해물이 제거되고 나면 오염이 의심되는 토양을 수거해 오염 여부를 확인하고 조치를 하겠다"고 해명했다.

군사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군사 전문가 B씨는 SART 출동과 관련, "어떠한 악천후 속에서도 구조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훈련받은 정예부대가 SART다. 공군의 해명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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