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투톱' 체제, 원활한 역할 분담 숙제…지배구조 개편 DGB 과제는

입력 2018-04-12 00:05:00

"명확한 업무 분장 위해 제도적 보완책 마련할 것"

대구은행 제2본점. 대구은행 제공
대구은행 제2본점. 대구은행 제공

DGB금융그룹 차기 최고경영자 선임작업의 선결과제인 지배구조 개편 향방이 마침내 '지주'은행 분리'로 결론 났다. 지난달 29일 박인규 회장이 사의를 밝힌 후 약 보름 만이다. 그룹의 새 CEO 선임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주회장과 행장의 원활한 역할 분담을 위한 장치 마련 등이 숙제로 지적된다.

DGB지주 및 은행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1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5시간 넘게 각종 논의를 진행했다. 지주와 은행 분리는 회의 초반부터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한 사외이사는 "최근 지역 금융'상공계 원로 중진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다수가 DGB그룹의 순혈주의와 변화 필요성에 대한 염려와 당부를 했다. 전날 은행 직원 설문조사 결과도 종합했다"며 "지주와 은행을 분리하는 금융환경 추세에도 분리가 바람직하다는 쪽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외이사는 "회장은 그룹의 비은행 분야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행장은 은행 본연의 업무에 전념하는 형태로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분리 찬성 이유를 말했다.

그동안 DGB그룹 안팎에선 대구은행 비중이 90% 이상인 '1은행 체제'라는 특수성 탓에 여타 금융지주처럼 지주와 은행 분리가 부적합하다는 의견과 분리시 회장과 행장 간 불협화음 우려가 컸다. 하지만 그룹이 환골탈태하려면 분리가 더 맞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DGB 한 임원은 "지주사가 추진하는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성사되면 그룹 내 은행 비중은 80%대로 낮아질 수 있다. 미래 대비 차원에서 분리하는 쪽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에선 회장과 행장의 롤(Role)을 명확히 하는 방안에 대해 이사들 간에 긴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선 외부 출신 회장과 내부 출신 행장 구도가 됐을 때, 특히 은행 경영과 관련해 투 톱 간에 갈등이나 불협화음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여전히 높다.

이사회 관계자는 "그런 리스크가 나타나지 않도록 임추위에서 은행 임원 인사나 사업계획 등 회장과 행장의 책임 및 권한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DGB그룹 한 간부는

"그런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도록 타 은행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업무 분장에도 명확한 선을 그을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이사회에서 능력과 덕망을 갖춘 인재를 선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임추위에서 지주 회장과 행장 선임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회장과 행장 간 임기에 엇박자가 나거나, 먼저 뽑힌 회장이 행장 선임에 입김을 작용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11일 최고경영자 승계 개시 결정에 따라 새 CEO 선임 작업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관심사는 누가 회장, 행장에 선임될 것이냐다.

회장은 전'현직 DGB 출신과 외부인사를 구분하지 않는 만큼 후보 풀(Pool)이 넓다. 전'현직 부행장보 이상 임원은 회장과 행장 복수 공모에 동시에 지원할 수 있다. 전직 임원은 2015년 12월 31일 이후 퇴임한 임원(부행장보와 부사장보 이상)으로 한정된다. 행장 후보군은 DGB 전'현직 경영진 중에 공모한다.

이렇게 볼 때 DGB 출신 회장 또는 행장 후보군은 김경룡'박명흠 직무대행과 지주 부사장보, 은행 부행장보 등 10명에 퇴임 3년 이내 전직 임원 약 20명 등 3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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