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청춘 익스프레스' 김명수 대표 "어려운 이웃에 무료이사, 도울수록 힘나죠"

입력 2018-04-11 00:05:00

가난에 학업 포기, 맨손으로 창업 일궈

청춘 익스프레스 김명수(왼쪽) 대표와 직원들이 10일 오전 포항 남구 송도동에서 무료 이사를 진행하고 있다. 배형욱 기자
청춘 익스프레스 김명수(왼쪽) 대표와 직원들이 10일 오전 포항 남구 송도동에서 무료 이사를 진행하고 있다. 배형욱 기자

"가난을 겪어본 사람이 가난을 알고 도와준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무료이사'도 이런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3년 전 한 방송사에서 기획한 이사 프로그램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포항 이삿짐센터 '청춘 익스프레스'. 이 이삿짐센터는 방송 프로그램처럼 고객의 고민을 들어주고, 추억을 날라주는 것은 아니지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이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센터 김명수(45) 대표는 "30대 때 서울에서 처음 시작한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이삿짐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사업이 망하면서 아르바이트가 본업이 되고 10여 년이 넘게 센터 일을 도왔고, 나름대로 팀장직까지 올랐다"며 "그러다 '청춘 익스프레스' 방송을 보고 창업의 꿈을 꿨다. 그래서 운명처럼 포항에 내려와 이삿짐센터를 열었다"고 했다.

김 대표의 고향은 부산이다. 어릴 적 김 대표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탓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중학교에 진학하자마자 한 섬유공장에 취직했다. 공부와 일이 힘들었고, 공부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기에 졸업을 포기하고 섬유공장에서 일하며 급여 대부분을 집에 보냈다. 2015년 5월 포항에 '청춘 익스프레스'를 창업한 김 대표의 주머니 사정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삿짐을 나르는 일에는 잔뼈가 굵었지만, 가진 돈이 없었던 터라 대부분의 사업비를 금융권에서 대출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1t 트럭, 5t 트럭, 사다리차를 샀다. 창업에는 성공했어도 포항 지역에 드리운 경기 불황을 피해 가진 못했다. 인건비는 늘어나는데, 이사 비용은 줄어들어 '적자만 면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 대표는 창업 목적을 잊지 않았다. 처음은 지역 광고지에 무료이사 광고를 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자신의 뜻을 따라주는 직원들이 아주 고마웠다. 그러던 중 포항시와 해도동주민센터가 김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해는 10여 가구가 넘게 무료이사를 했고, 올해는 10일 남구 송도동 무료이사까지 3곳에 온정의 손길을 나눴다.

현재는 사업 규모가 작아 한 달에 1, 2회 무료이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꿈은 크다.

그는 "포항은 제2의 고향이다. 포항이 더욱 살기 좋은 곳이 되도록 계속 무료이사 지원 활동을 하고 싶다. 또 포항지역 이사협동조합 소속 업체 모두 무료이사에 나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보람을 느끼도록 설득하고자 한다"며 "혹시나 우리 이름이 널리 알려진다면 무료이사 조건으로 공짜로 이름을 빌려주는 체인망도 갖고 싶다. 삶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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