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프리즘] 서울대 입학 서류 간소화 정책의 의미

입력 2018-04-09 00:05:03

"서울대 자기소개서 증빙자료는 어떻게 준비하나요?"

"자기소개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평가에서 불리하지 않나요?"

서울대 수시모집을 준비하는 지역의 학생들에게 흔히 받는 질문이다. 단위학교별로 지원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별 축적된 정보가 부족해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올해 서울대를 목표로 준비 중인 학생들은 위와 같은 고민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2019 서울대 입학전형 서류 간소화 사항'으로 자기소개서 증빙자료가 폐지되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자기소개서 작성과 함께 부담으로 작용 되었던 증빙자료가 폐지되어 준비하는데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학교소개 자료 작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기타 사항에는 어떤 점을 강조하는 것이 좋은가요?"

"우리 학생들의 모의고사 성적이 좋은데, 학교 성적 분포도를 보여주는 게 좋을까요?"

학교 컨설팅을 하다 보면 서울대와 관련된 사항에서 늘 나오는 질문들이다. 작성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우리 학교의 어떤 부분을 부각해야 평가에서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 될지 고민되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학교소개 자료를 매년 작성한다는 것이 학교 현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올해부터는 서울대가 자체 양식인 학교소개 자료 대신에 대교협 공통 고교정보를 활용한다는 방침이어서 매년 겪는 이중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서울대가 발표한 입학전형 서류 간소화 방침에 대해 학교 현장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지역의 경우 소수의 서울대 지원자를 위한 별도의 자료를 작성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왜 서울대가 이제까지 학교현장에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는 학교소개 자료, 자기소개서 증빙자료를 요구했을까를 고민해 보자.

혹자는 이제 폐지된 것을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지 반문할지 모르지만 기존의 제도를 이해해야 바뀐 제도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입학전형 간소화를 단순히 제출 서류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서류가 없어졌을 때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평가할지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울대는 학교소개 자료에서 학생에게 주어진 기회와 여건을 바탕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보내는 동안 어떤 교육과정이 제공되었는지, 교내 학업 및 학업 외 활동의 기회는 얼마나 제공되었는지, 학생 선택의 기회가 얼마나 있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는 학생이 단위학교 안에서 얼마나 주도적으로 활동했는지를 학생이 처한 교육환경을 고려해서 평가하려 했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부에서 보여 줄 수 없었던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기대했던 것이다. 자기소개서 증빙자료 제출은 필수 사항은 아니었지만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지 않았으나 학생이 부각하고 싶은 내용을 '어필'하는 도구다. 이렇게 제출이 폐지된 학교소개 자료와 자기소개서 증빙자료의 역할이 분명했던 것이다.

기존의 학교소개 자료와 자기소개서 증빙자료를 통해 보여 줄 수 있었던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 개인의 진로탐색 과정과 자기주도성을 보여주기 위해 타 학교에 개설된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자신의 진로에 필요한 과목을 이수했다고 하자. 이러한 경우 수업을 통해서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의 제한 된 글자 수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목 이수 과정에서 노력한 점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잘 드러낼 수 있게 활동 자료를 바탕으로 교과 담당 선생님과 충분한 소통을 해야 하며, 교사도 과목별 성취 기준에 따른 성취 수준의 특성 및 학습활동 참여 등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독서활동과 연계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주어야 한다. 제출서류 간소화로 학교나 학생 입장에서 부담이 됐던 증빙 자료 제출이 폐지된 지금은 어떠한 방법으로 학생들의 능력을 보여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서울대의 제출서류 간소화를 마냥 좋게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이다. 학교나 학생의 부담이 표면적으로 줄어든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학생들의 개별화된 역량을 보일 수 있는 대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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