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국회의원 공천 역풍] 의욕 앞선 초선 의원들 무리한 '물갈이 작업'

입력 2018-04-06 00:05:00

김상훈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이 5일 대구시당에서 지방선거 공천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하던 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김상훈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이 5일 대구시당에서 지방선거 공천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하던 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당내 '사심 공천' 갈등 왜?

6'13 지방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공천을 둘러싼 갈등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한 후보의 이의 제기를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수용하는가 하면 여성 우선추천을 실시할 지역을 두고서도 중앙당과 대구시당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낙천 후보들의 탈당 후 무소속 출마도 현실화하는 분위기여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치권에선 이에 대해 '예고된 갈등'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초선의원들이 대거 탄생하면서 이들에 의한 지역구 내 물갈이는 기정사실이었다는 것이다. 2년 동안 '피아 식별'에 집중했던 초선의원들이 공천 과정에서 칼을 빼들었다는 해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지금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초선의원이 공천한 인사가 아니다. 의원들이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물갈이를 강행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당 공천 농단 후유증 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나

지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대구에선 5명, 경북에선 6명의 초선의원이 당선됐다. 국회의원 선거구 기준으로 적어도 11개 지역에서 '새로운 권력자'가 탄생했다.

여기에 최근 새롭게 원외 당협위원장이 임명된 대구 북구을,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경산, 김천 등을 더하면 사실상 대구경북 전역에서 권력 재편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 무대가 공천인 만큼 초선 국회의원'신임 원외 당협위원장과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현역 기초단체장'지방의원이 사생결단식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통상 초선의원의 경우 차기 총선에서 자신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인사부터 배제한다. 대개의 경우 지역구 내 다선 단체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한국당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공개적으로 3선에 도전하는 기초단체장들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치권에선 경북지역 초선의원들의 공동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3선 단체장의 당에 대한 충성도를 언급했지만 실상은 잠재적 총선 경쟁자를 줄이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대구의 초선인 추경호 의원은 3선 고지를 향해 달려가던 현직 군수를 공천에서 배제하고, 전 시의원을 군수 후보로 단수추천하는 초강수를 뒀다. 정치권에선 대구경북 곳곳에서 초선의원과 다선 기초단체장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우여곡절 끝에 당협위원장 의지 대부분 관철될 듯

그동안 총선 과정에서 지역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한국당의 '공천 농단'이 이번 지방선거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구경북 초선의원 대부분이 지난 총선 당시 친박계 몫으로 공천을 받았다. 지역의 초선의원들이 어느 때보다 지역 장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차기 총선 공천에서 당 쇄신 차원의 '친박계 배제' 주장이 나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친박계 의원들로선 자신들이 금배지를 달았던 방식 그대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최선의 대비책인 지역구 장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공천 갈등에서의 불협화음이 결국 칼자루를 쥔 초선의원의 승리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역구 운영에 관한 사안은 사실상 당협위원장이 전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정치권 관행이기 때문이다. 중앙당과 시'도당 공관위 차원에서 조율을 하겠지만 결국은 각 당협위원장의 의지가 관철될 것이란 얘기다. 한국당 관계자는 "중앙당 공관위든 시'도당 공관위든, 당협위원장이 강력한 의지로 밀어붙이는 공천안을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앙당과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 갈등이 불거진 달성군수와 남구청장 공천도 결국은 당협위원장 입맛대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역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초선의원의 정무적 선택에 맞서는 방법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방법뿐"이라며 "당협위원장이 정치적 생명을 걸고 하겠다는 공천을 당 차원에서 막을 방법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상훈 대구 공관위원장 반박…"달성군수 교체지수, 중앙당 지침 따라 적용"

자유한국당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가 대구 달성군수 후보 공천과 관련해 김문오 현 군수가 제기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대구시당에 재심을 요구(본지 5일 자 1면 보도)한 가운데 김상훈 대구시당 공관위원장은 5일 "시당이 적용한 방식에 문제가 없다"며 반박했다. 이에 따라 시당 공관위의 기존 공천 결정 고수 여부에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구시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중앙당 공천 지침에 따라 교체지수 산식을 적용했는데 김 군수는 개인 지지율이 당 지지율 대비 70%에 미치지 못했다"며 "6일 공관위원들에게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해 (중앙당 지침에) 어긋나지 않은 여론조사라는 점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또 "달성군이 지역구인 추경호 의원을 불러 조성제 전 대구시의원을 단수추천하게 된 경위를 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달성군수만 교체지수를 적용했다는 지적에선 "달서구청장도 교체지수 적용을 검토했으나 보궐선거로 당선돼 재임 기간이 2년밖에 안 된 시점이라 적용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데 공관위원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추경호 의원도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대구시당 공관위에서 교체지수를 조사한 결과를 따랐을 뿐"이라며 "여러 차례 여론조사와 당원 면담 등 객관성 있는 자료를 토대로 결정한 만큼 기존 결정을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이런 분위기로 미뤄 대구시당 공관위가 공천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의제기로 공천 결과가 뒤집히면 공관위 신뢰도에 큰 금이 가는 것은 물론 공천 탈락자들의 이의제기가 봇물처럼 터져 공천 작업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재심을 통해 김 군수에게 다시 공천을 준다면 이번 결정이 사천(私薦)이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모양이 되는 만큼 결과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일로 김 군수가 무소속 출마 명분을 얻는 등 정치적 이익을 봤다"고 말했다.

◇중앙당·경북도당 기 싸움…이강덕 vs 허명환 '포항시장 전략공천' 다툼

포항에서는 자유한국당의 포항시장 공천을 놓고 중앙당과 경북도당이 마찰을 빚으면서 온갖 설들이 나돈다. 같은 당 후보로 나선 이강덕 현 시장과 허명환 예비후보 간 기 싸움에다 중앙당과 경북도당의 주도권 다툼 양상까지 이어져 유권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포항시장의 경우 현재 한국당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해 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허 예비후보는 중앙당 전략공천에 희망을 걸고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허 예비후보는 "중앙당에서 포항을 전략공천지로 결정한 점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경기도 용인에서 다시 고향 포항으로 내려온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자신의 전략공천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 시장 측은 "별다른 과오 없이 4년 동안 시장직을 충실히 수행해 왔는 데다 여론 지지 역시 압도적인 저를 제쳐 두고 특정인을 언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누군가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맞서 텃밭을 지킬 수 있는 후보는 현직 시장만 한 후보가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앙당과 경북도당이 서로 포항시장 공천권을 행사하겠다고 맞부딪쳐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당내 중진들로부터 '사천(私薦) 공세'를 받는 홍준표 대표가 포항시장 전략공천을 통해 자신의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경북도당은 기초단체장 공천은 도당에서 관리한다는 기본적인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누구를 공천하든 하루빨리 공천을 마무리 짓고 지진 극복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는 것이 포항시민을 위한 바람직한 모습"이라며 "공천권으로 이익을 누리기보다는 민심을 제대로 살피는 것이야말로 한국당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