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역사 만경관, 롯데시네마와 손잡고 '기사회생'

입력 2018-04-05 00:05:00

대구 유일 향토극장 명맥 유지…직영점 아닌 업무 제휴 형식, 지역 업체가 운영권 확보

개관 96년 만에 '폐관' 위기에 몰렸던 대구 유일의 향토극장 '만경관'(萬鏡館)이 다음 달부터 롯데시네마와 제휴해 명맥을 이어간다. 극장 건물을 임차한 지역의 영화상영업체는 만경관 이름을 보존해 역사성'전통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영화상영업체 ㈜지원과 롯데시네마에 따르면, 만경관은 다음 달 1일부터 '롯데시네마 프리미엄 만경관'으로 재탄생해 영업을 시작한다. ㈜지원은 롯데시네마'CGV'메가박스 등 대기업 계열사와 업무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극장을 운영하는 지역 영화상영업체다. 연매출액은 150억원 규모로 대구 북구와 경북 안동, 구미 등지에서 멀티플렉스 영화관 4곳을 운영하고 있다.

애초 지역에선 만경관이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직영점으로 편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한일극장과 아카데미극장도 같은 방식으로 CGV 직영점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경관은 직영점이 아닌 업무 제휴 방식이어서 대기업 자본에 편입될 우려는 상당 부분 지워질 전망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업무 제휴 지점은 본사의 서비스와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수익에서 일정 비율의 가맹수수료를 낸다는 점을 제외하면 본사가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원 관계자는 "대기업 자본에 종속된다는 비판도 있지만 단순 업무 제휴 차원이고, 건물 임차권이나 운영권 등 대부분 권한은 지역 법인이 그대로 갖는다"고 설명했다.

㈜지원 측은 우선 이달 말까지 10억여원을 투자해 상영관 전 좌석을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는 안락의자로 교체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임헌정(38) ㈜지원 대표이사는 "만경관 내부에 전시됐던 옛 사진이나 오랜 전통을 알릴 소재를 적극 발굴해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만경관은 일제강점기였던 1922년 함경도 출신 이재필이 토종 자본으로 대구에 세워 현재까지 이름을 지켜온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이다.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무대공연과 집회가 열리면서 지역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피란민 수용소로 사용됐고, 1953년에는 미 군정 신탁통치에 반대하는 여자국민당 경북지부가 결성되는 등 파란만장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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