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철의 새論새評] 밋밋하고 재미없는 자유한국당 공천

입력 2018-04-05 00:05:00 수정 2018-10-16 10:26:41

서울대 법대, 동 대학원(헌법 전공). 전 KBS 국제부장
서울대 법대, 동 대학원(헌법 전공). 전 KBS 국제부장

여당 서울시장 경선 결선투표

현역은 배지 던지고 단체장 출마

야당은 검증 끝난 인물들 행진

이대로라면 영남권마저 불안

공공기관 대변인으로 근무하는 언론계 후배 한 명과 오랜만에 경기도 수원의 유서 깊은 식당에서 점심을 하면서 최근의 미투와 6월 지방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선배, 이번 선거 여권이 쓸겠죠?" 내가 선뜻 대답을 않자 후배가 재촉한다.

"자유한국당이 김문수 지사와 이인제 의원을 후보로 낸다는데, 어떻게 보세요?"

"올해 러시아 월드컵이 있지?" 뜬금없는 월드컵 이야기를 꺼내자 그 후배는 당황했다. "예?"

"월드컵이 올 6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거 몰라?" "그거야 알죠."

월드컵 예선 탈락하면 은퇴 선수 재소집하나?

아니면 젊은 유망주 모아 경험 쌓게 하나?

"이번에 우리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는데, 축구 관계자들에게는 무척 미안한 이야기지만 만일 작년에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그것도 1차 예선에서 우리가 탈락했다고 가정해 보자고. 그런데 코앞에, 올 8월에 인도네시아에서 아시안 게임이 열려요. 김 대변인이 대표팀 구성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축구협회 고위 임원이건 기술위원장이건 감독이건 직함이 뭐든…. 아시안 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박지성, 홍명보 등등 은퇴한 노장을 다시 복귀시켜 대표팀 꾸릴래? 아니면 손흥민 정도를 최고참으로 황희찬, 권창훈, 김정민 심지어 16살짜리 이강인까지 모아 경험 쌓고 4년 뒤 아니면 멀리 10년 뒤를 기약할래?"

"저는 후자 같은데요." 아마 그럴 것이다. 한 독설가의 말마따나 '계륵리스트'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는 판이니….

"답이 됐는지 몰라." "명쾌한데요."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자유한국당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출마함으로써 서울시장 선거는 3자 구도로 확정됐다. 김빠진 느낌을 주던 서울시장 선거가 조금은 흥미로워졌다. 맞대결보다 3파전이 변수가 많고, 어마어마한 대스타가 아닌 다음에야 출전 선수가 많을수록 재미있을 것은 불문가지. 게다가 6년 전 2012년, '안철수 현상'은 2012년 대선을 앞둔 한국 정치판을 크게 흔들기도 했다.

그러나 흥미로워질 거라는 예상은 본선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본선 3파전이니 보수 성향, 영남 출신의 야당 후보들끼리 보수 표, 영남 표를 갈라먹겠지. 대충 4대 3대 2의 황금 분할, 여당 입장에서는 거저먹기 선거가 될 개연성이 크다. 누구를 내보내도 이긴다. 그렇다면 여당 대의원들이 진부한 박원순 현 시장보다는 조금은 더 신선하고 조금은 더 진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훨씬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결선투표제까지 채택돼 박영선, 우상호 의원에게 기회가 생겼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당은 대통령의 전도양양한 측근 김경수 의원이 과감하게 배지를 던지고 불리한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한다. 모름지기 선거는 과거의 행적, 현재의 모습, 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민주주의의 꽃이요, 축제다. 여당 공천은 경선은 경선대로 흥미롭고 핵심 실세가 험지에 도전하는데, 야당 공천은 경선이고 전략 공천이고 도무지 재미가 없다. 이미 오래전 검증이 끝나고(부정적인 의미로) 차기를 기약하기 어려운 인사들의 행진이다.

다시 축구 대표팀으로 돌아가보자. 당장을 위해 다시 노장을 소집할까? 젊은 유망주로 팀워크를 다지고 경험을 쌓을까? 전자를 선택했다가 실패하면 미래는 없다. 후자를 선택하면 이번에 실패해도 미래가 기다린다. 축구 관계자와 축구 선수, 축구 팬 모두에게 참으로 미안한 비유지만, 후배의 말대로 분명한 이야기다. 이런 식의 지방선거 전략이고 공천이라면 자유한국당은 부산 울산 경남마저 송두리째 넘겨줄지도 모른다. 대구경북 TK인들 보수의 본진이란 허명에 집착해 고립된 섬으로 남아 있으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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