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를 연구하는 '대구학'

입력 2018-04-05 00:05:00

대구에서 대구학(大邱學)이라고 하면 일반 시민들은 물론 학자들도 낯설어한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을 학술적으로 연구, 지역의 특성이나 정체성을 발굴하고자 하는 지역학(地域學) 연구는 선진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일반화된 지 오래다. 서울학은 이미 25년 전에 인천학, 경기학도 10년 전에 만들어졌다. 심지어는 포항학, 경주학, 울산학, 제주학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독 우리 지역에서만 제대로 된 대구학이라 할 만한 본격적인 학술단체가 없었다. 그만큼 우리 고장 특성이나 정체성을 발굴하는 일에 등한시해왔다고 보아도 좋다. 그러니 지역인으로서 자긍심을 키우는 일에 무관심 지역으로 내버려져 있었다. 우리 고장 대구가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필자가 작년 가을 경기도 안산시 단원미술관에서 특강한 일이 있었다. 놀랐던 것은 안산시 전체가 '단원'이란 이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는 사실. 단원구(區), 단원거리, 단원중고등학교, 단원미술관…. 단원 찬양이 이 정도다. 조선시대 풍속화가 단원(檀園) 김홍도가 그곳에서 활동했던 일로 하여 김홍도의 안산시로 탈바꿈되어 있다. 더욱 놀랄 만한 것은 김홍도가 안산 출생이란 정설도 아직 없는 상태라는 점. 그렇다면 대구는 어떨까. 대구는 역사 인물로 넘쳐난다. 그러니 대구는 시민들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고 해도 누구 한 사람 트집 잡을 수 없는 지역이다. 일제강점기에 구국적 실천운동 인물로 서상돈'이상정, 시인으로 이상화'현진건'백기만, 화가로 서병오'서동균'이인성, 사진가로 최계복'안월산'구왕삼 같은 걸출한 인재들이 즐비하다. 그 정도로 한국 인재들의 본향이 대구이다.

영남의 수도 대구는 원래 선조들의 지력(智力)이 두텁게 깔린 '교육'인문'문화예술'의 도시 성격을 가졌다. 전국에서 대구와 비견될 만한 그런 특성으로 가득 채워진 지역이 또 있을까. 그래서 대구학 연구가 절실하다.

사단법인 대구학은 지역의 가치와 정체성을 발굴, 시민정신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일차적인 임무이다. 그러한 연구 활동이 이제야 겨우 출발한다. 그렇지만 기존의 여타 지역 연구 활동과는 차원이 다르게 진정 지역학 연구의 표본적 모델 방식으로 접근한다. 회원 가입부터가 다르다. 대학교수는 물론 대구 사랑에 넘쳐 개별로 연구해온 일반 향토연구가들, 연구에 관심 있는 많은 창작가들도 대구학에 참가가 가능하다. 그러니 교수, 향토연구가, 예술실기 창작자, 시민, 행정, 이렇게 다섯 영역 모두가 한 몸이 되는 대구학 연구, 진정 대구사랑으로 집결된 중심지 역할을 꿈꾸고 있다. 따지고 보면 그러한 방향은 대구시 행정이나 지역 언론계도 궁극적으로 동일하다고 믿는다.

참가 분야에서도 교육, 역사, 문학을 비롯하여 미술, 영상, 사진, 음악, 민속 등 10여 개가 모여 대통합 연구 형태로 진행한다. 곧 대통합의 대구 연구, 시민과 함께하는 대구 연구, 이것이 대구학의 슬로건이다. 거기에다 발굴된 대구의 가치나 대구정신을 시민들의 품으로 불어넣는 사업을 병행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주옥같은 대구혼을 찾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책장 속에 묻어둔다면 지역학의 궁극적 목적이 달성될까. 대구학이 발행하는 일반도서는 시민들에게 읽기 쉽게 편찬될 것이다. 또한 시민 강좌를 적극적으로 개최하여 찾아낸 대구 가치를 시민들의 품에 안겨 드리고자 한다.

4일 대구학 창립식이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열렸다. 대구혼 관련 학술 발표를 시작으로 앞으로 대구를 연구하고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다. 대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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