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되면 저출산, 고령화, 일자리 한꺼번에 해결"
송재호(58)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 당선 전 정책 자문 그룹이었던 '심천회'(心天會) 출신이다.
대통령과 가까운 송 위원장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보임한 것만 봐도 문재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들어졌던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인 2009년 지역발전위원회로 이름이 바뀌었으나 9년 만인 지난달 국가균형발전위원회라는 이름을 다시 찾았고, 현판식까지 가졌다. 지역발전정책의 자문'심의권으로 제한됐던 위원회 기능도 예산 편성 조정 및 정책 조정 기능 등으로까지 크게 확대됐다.
'고르게 잘 사는 나라'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커지는 시점에서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실을 찾아가 송 위원장을 만났다. 송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부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분권주의자"라며 문재인 정부를 믿고 기다려준다면 확실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균형발전이 저출산'고령화로 성장동력이 자꾸만 줄어들어 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간판이 바뀐 의미부터 설명해달라.
▶지역발전위원회 때는 비수도권이 정책의 대상이었다면 이제 수도권도 포함된다. 정책의 공간적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또 교육과 문화, 예술 등으로까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고려하는 정책의 내용도 크게 확대된다. 이런 방법으로 지역이 혁신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지역 혁신 체계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제도화할 것이다. 중앙과 지방이 소통하는 제도도 마련한다. 균형발전상생회의를 만들게 된다. 이제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참여정부 때의 위상을 회복했다. 권한이 더 강화되고 확대됐다. 지역이 기업을 유치하고 산업을 융성시킬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할 것이다. 산업 융복합단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예산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배정할 수 있도록 균형발전 예산에 대한 사전 조정기능까지 우리 위원회가 갖게 됐다.
-국가예산을 균형발전 측면에서 관리한다는 말인가?
▶10조원 규모의 균형발전 특별회계가 그 대상이다. 10조원의 절반은 시'군'구의 자율계정, 절반은 중앙정부의 지역지원계정이다. 예산 편성권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사전조정권한을 갖고 특정 분야에 대해 증'감액할 수 있는 구체적 의견을 낼 것이다. 올해 편성돼 내년에 집행되는 예산부터 그 대상이 된다. 균형발전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이 권한을 잘 이용할 것이다.
-예산에 대해 위원회가 이래라저래라 하면 중앙부처가 말을 잘 안 들을 텐데?
▶대통령을 움직일 것이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했다. 대통령은 그 권한을 갖고 부처를 통할한다. 우리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부처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말을 안 들을 수 없다. 또 문재인 정부의 부처 공무원들도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잘 알고 있다. 잘 조정될 것이다.
-정부 개헌안이 나왔다. 그런데 지방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분권운동을 오랫동안 해왔던 학자와 운동가들이 "지방분권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중앙정부는 외교와 국방, 균형발전 정책 정도만 총괄하고 행정이든 입법이든, 재정권이든 나머지 권한은 지방에 모두 넘겨줘야 한다. 그것이 최선의 요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취지, 즉 원론적인 원리에서 봤을 때 이번 개헌안이 최선은 아니다.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권한을 나누는 것은 결국 중앙정부의 조직판이 크게 흔들리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가 차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중앙에 있는 권한을 모두 당장 지방으로 보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한 중간적 단계의 입장에 선 것으로 생각된다. 자치와 분권이라는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얘기가 이런 이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부를 운용하는 쪽에서 보면 중용을 취한 것이다. 현실주의적 입장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자치와 분권에 대한 생각이 후퇴한 것인가?
▶아니다. 중앙정부가 덜 내놓겠다는 것이 아니다. 내놓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중앙이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내놔야 한다. 그런데 막상 이 작업을 하면 중앙정부의 구조개혁을 동반해야 한다. (정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단계적으로 해야 하고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방향성은 완전한 분권국가가 맞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개헌안은) 100m 가야 하는데 70m쯤은 간 것이다.
-제주 출신으로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인데 분권운동을 오랫동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운동을 어떻게 하게 됐나?
▶교수를 하기 전 제주도청에서 3년 동안 개방직 공무원으로 일했다. 제주를 특별자치지역으로 만드는 업무였다. 제주도에 시범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자는 계획을 만드는 데 관여했다. 이 계획의 초안을 만들었다. 중국인들에게 비자 없이 들어올 수 있는 혜택을 주도록 하고, 항공료 개선 방안 등도 기획했다.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중앙정부를 설득했다. 지금의 제주특별자치도 설계도를 만드는 작업에 가담하면서 분권운동과 인연을 맺었다. 이런 경력을 쌓았는데 분권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송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국가균형발전위원이었다) 이 분야에 더 깊이 관여하게 됐다.
-고향인 제주도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일궈낸 경험이 분권운동에 대한 확신을 더 갖게 만들었는가?
▶제주특별자치도로 변화하고 난 뒤 제주도 재정은 3배, 관광객도 3배나 증가했다. 인구는 50만 명에서 65만 명으로 15만 명이나 불었다. 제주의 변화가 실제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지방정부가 부패하고, 지방정부가 툭하면 인허가를 남발한다면서 자치와 분권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는 것이다. 제주도가 이렇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은 100명 정도만 늘어났을 뿐, 제주의 변화는 글자 그대로 엄청나게 일어났다. 자치권을 더 주는 것이 얼마나 큰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제주도가 보여줬다.
-자치와 분권을 하면 난리가 난다고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데 어떤 이유 때문에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보는가?
▶지방에 권한을 주면 권한을 남용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가 그 첫째다. 그런데 말이 안 된다. 기우일 뿐이다. 이런 걱정은 하늘이 무너질지 모른다고 염려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그다음은 신뢰의 부족이다. 지방정부에 권한을 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방에 대해 신뢰를 갖지 못한다. 제주도가 성공했다고 하지만 제주도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 성공사례가 더 많이 있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성공사례를 찾아 보여줄 것이다. 시군구에 가보면 잘하는 곳 정말 많다. 우선적으로 '좋은 정책 박람회'를 열 것이다. 우리가 발굴해서 박람회에서 보여주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신뢰가 쌓일 것으로 본다. 또 하나 풀어야 할 문제는 현재 권한을 가진 쪽이 섭섭해하는 문제다. 누구나 자기보존을 하려는 본능이 있다. 중앙이 내놓지 않으려는 이유다. 논리도 갖추고, 근거도 제시하고, 국민들부터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도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국가균형발전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동의하는 데 아직도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
-문 대통령에게 자치와 분권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하는 이른바 '자문 실세'로 불린다. 문 대통령과 만나 보면 자치와 분권에 대해 깊은 철학이 있다고 느껴지는가?
▶대한민국 정부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강한 분권주의자가 문재인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주변에서는 "단계적으로 합시다"라고 건의하지만 문 대통령은 "과감히 하자"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지역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해 잘 아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평생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살았다. 지역을 잘 아는 지방정부가 뭐든지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대구 사정은 대구가 가장 잘 알지 않느냐? 지방정부 역량이 부족하면 배양시키면 되고, 지방정부의 역량이 커질 때까지 기다리라는 논리에도 절대 동의하지 못한다. 지방정부 간에도 역량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국토의 막내를 사랑하듯 중앙정부가 기구를 만들어 그들을 좀 지원해주면 된다. 문 대통령은 분권을 통한 균형발전에 확실한 신념을 갖고 있다. 요즘은 국정이 바빠 이 분야에 대해 얘기할 시간이 많이 줄었는데 대통령 당선 전에는 정말 토론을 많이 했다. 이 정부의 특이한 점은 대통령 주변 이른바 '정책 세력'들이 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해 충분히 무장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참모들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믿음도 갖고 있다. 대통령이 바쁘지만 연 2회 정도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보고를 받아달라고 부탁했고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과는 우리가 주 2회 토론한다. 우리 의견이 정책에 충분히 반영될 것이다.
-수도권 사람들은 비판하지만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참여정부 때 행정수도 건립, 혁신도시 신설에 대해 몹시 고마워하고 있다. 수도권에 아직 공공기관이 많은데 더 옮겨야 하지 않나?
▶참여정부 때 153개 공공기관이 지역으로 이전해갔다. 그런데 그 이후 150여 개의 공공기관이 추가로 생겼다. 이들 기관에 대해 당장 이전을 얘기하기보다는 이미 이전한 공공기관이 당초 목표를 달성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잘 정착하고 있는지, 지역민들과 상생하고 있는지, 관련 기업은 많이 따라왔는지, 주변 연구소, 대학과의 융합은 잘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이런 방법으로 기존 혁신도시가 정말 당초 기획한 대로의 효과를 냈다고 판단되면 추가적 이전 논의의 시작이 가능하다. 기존에 했던 정책에 대한 신뢰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지금은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이에 대한 검증을 통해 효과가 정말 있었다고 판단되면 추가 이전도 당연히 가능할 것이다.
-공공기관도 그러하지만 지역으로 기업이 옮겨 갈 수 있도록 하는 부분도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는가?
▶그렇다. 그래서 산업 융복합답지,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고 키우는 작업을 위원회 업무 영역에 넣었다. 전국에 14개 정도의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 기업과 학교, 병원 등 앵커 시설을 유치한 뒤 클러스터를 키우는 것이다. 투자를 얼마나 많이 유치하느냐가 관건인데 인센티브를 많이 주고 행정'재정적 지원을 과감하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투자하면 투자하는 쪽이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이라고 보는지?
▶어려운 지역을 인간적으로 돕는 것이 국가균형발전 정책인가? 좀 더 넓게 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닥친 저출산, 고령화, 일자리 부족 등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새 동력사업이 국가균형발전 정책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보고를 찾는 작업이다. 대구에 잠재력이 엄청나게 많이 있는데 우리가 여태까지 이것을 알아보지도 못했고 찾아내지도 못했다. 지역에 새로운 보고가 있고 잠재력이 존재하는데 우리는 그 발굴을 못했다. 이제 그 일을 하자는 것이다. 대구의 잠재력이 빛을 본다면 대한민국 성장에도 기여하지 않겠는가?
-현실적으로 수도권 일극 집중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인데,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나는 우리 국민이 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역동성이 강하고 국민들의 전환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다. 공공기관을 이전해 전국 곳곳에 혁신도시를 만들고 세종시를 키워낸 것을 보라. 우리 국민들의 힘이 나타난 것이다. 애국심도 강하고 역동적 역량도 대단하다. 그래서 가능했다. 일본이 세종시에 만들어 놓은 우리나라 행정수도를 부러워한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통해 성장이 덜 된 곳에 새로운 성장을 가져올 것이다. 이를 통해 국부가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이 되리라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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