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유도블록 따라가니 도로 한복판?

입력 2018-04-03 00:05:04

교통약자 대중교통 접근성 점검…복합환승센터 이름뿐인 전용 창구, 배수구 격자 휠체어 빠지기도

한 시각장애인이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앞 인도에서 점자블록 바로 옆에 설치된 볼라드로 인해 보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한 시각장애인이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앞 인도에서 점자블록 바로 옆에 설치된 볼라드로 인해 보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노약자와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대구의 교통복지 수준이 낙제점에 머문 가운데 고속'시외버스와 도시철도, 열차 등 장거리 이동에 필요한 교통시설의 접근성도 크게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시각장애인 유도블록이 제멋대로 설치된 곳이 대부분이고,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앞 삼거리. 시각장애 2급 김창연(57) 씨는 인도 위에서 한참 망설였다. 시각장애인용 유도블록을 조금 따라가면 교통카드 판매소나 차량진입을 막는 볼라드가 서 있는 탓이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는 유도블록 좌우로 60㎝의 여유공간도 확보돼야 하지만 인도는 비좁기만 했다. 김 씨는 "유도블록만 믿고 그대로 가다가는 장애물에 부딪치거나 도로 한복판으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지체장애 2급 정순태(45) 씨는 휠체어를 타고 환승센터로 길을 건너려다 바퀴가 배수구 격자에 빠졌다. 2㎝ 이하여야 하는 배수구 격자의 너비가 3㎝가 넘어서였다. 보도와 차도 사이의 높이도 3.5㎝로 2㎝ 이하인 규정보다 높았다.

환승센터 내 장애인 우선 매표창구는 아예 운영조차 되지 않았다. 정 씨가 장애인'노약자 우선 창구의 호출벨을 눌렀지만 매표소 직원은 "여기서는 예매가 안 된다"고 일반 창구로 안내했다. 직원은 "사용 빈도가 낮은 우선 창구에 직원이 온종일 앉아 있기는 어려워 일반 창구에서 예매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역은 장애인이 홀로 찾아가기 쉽지 않았다. 대구역 정문과 후문은 택시 하차 지점부터 입구까지 유도블록이 없는 탓이다. 도시철도 2호선 경대병원역 주변은 시각장애인용 유도블록이 엉뚱한 색으로 설치돼 오히려 보행을 방해했다. 유도블록은 황색 또는 주변 바닥과 대비되는 색으로 깔아야 하지만 삼덕네거리에서 경대병원역 1번 출구까지 유도블록은 회색이었다.

장애인들은 "대중교통시설 조성 과정에서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단이나 과정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대구의 교통약자 복지 수준 파악을 위해 기존 시설에 대해 사후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장애인 단체 등 관련 기관의 목소리를 충실히 듣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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