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저출산 문제가 불거진 것은 10년을 훌쩍 넘긴다. 2006년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빗 콜맨 교수가 한국을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지목한 것이 충격의 서막이었다. 그 전해인 2005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이미 1.08명까지 떨어졌다. 인구 학자들은 한 국가가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출산율을 2.1명으로 본다. 그 시절 이미 그 수준을 한참 밑돌았던 것이다.
따져보면 우리나라가 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의 초저출산 국가에 든 것은 이보다 한참 전인 2002년이었다. 그해 출산율은 1.17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고정관념이 지배하던 시절, 아무도 그 심각성을 몰랐다.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킨 것도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5년의 일이었다.
지구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지목된 후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동안 200조원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 재정이 그동안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아는 이는 드물다. 그만큼 저출산 대책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 오죽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저출산 대책들은 실패했다"고 고백했을까.
정부의 대책이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된 사이 인구 관련 비관적 기록은 다달이, 해마다 경신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망자는 2만6천900명, 출생아 수는 2만5천 명이었다. 1970년 출생아 수 집계 이후 처음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선 것이다. 올 1월에는 사망자가 3만1천600명으로 늘어 1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출생아 수는 3만2천100명으로 1월 역대 최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인구 증가보다 감소 요인이 더 커진 셈이다.
이 사이 우리나라 출산율은 1.05명까지 떨어졌다. 다시 역대 최저다. 경제활동가능인구(14~65세)는 가파르게 줄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구(707만 명)가 처음으로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675만 명)보다 많아졌다.
젊은이들은 결혼하지 못한다. 지난해 인구 1천 명당 혼인 건수는 5.2건까지 줄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것은 대부분 경제적 이유다.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결혼하지 못한다. 어쩌다 일자리를 구해도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살 집을 구하기 힘들다. 맞벌이 부부라면 육아는 또 다른 부담이다. 남자의 초혼 연령은 32.9세, 여자는 30.2세로 자꾸 늦어지고 있다.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는 2~3년 후 출생아 수 급감의 예고편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7천 명으로 줄었다. 이대로라면 2023년이면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전망은 현실이 될 것이다. 오히려 당겨질지도 모른다. 2016년 혼인 건수가 7% 줄어들자 이듬해 신생아 수는 12% 줄었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출산율에 집착하고 있다. 지난 16년 동안 200조원을 쏟아붓고도 성공하지 못한 집착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출산율을 0.1~0.2 높인다고 인구절벽을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정부가 '출산율' 이상을 바라봐야 할 시기가 왔다.
이제 정부가 할 일은 '적은 인구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더 이상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적은 인구로 살아가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사회 전체의 인구 정책 패러다임을 거기에 맞춰 나가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한 노력은 가속화해야 한다. 일부 젊은이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다수 젊은이들에게만 부담을 안기는 공공 일자리는 해결책이 아니다. 국가 채무를 늘리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노인층은 후손들을 위해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 올해 나오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는 지금보다 4배 이상 커진다. 지금 노인 복지를 위해 국채를 늘리는 일을 삼가야 하는 이유다.
적은 인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을 펑펑 쓰기보다는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쓰는 짠돌이 정부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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