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찔했던 독도 여객선 침수 사고, 기민한 대응이 빛났다

입력 2018-04-02 00:05:00

지난달 31일 독도에서 울릉도로 돌아오던 여객선의 기관실이 바닷물에 침수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과 승무원 등 400여 명이나 탄 배에서 일어난 사고여서 하마터면 큰 재난으로 이어질 뻔했는데 여객선사와 해양경찰이 기민하게 대응해 승객들은 무사히 울릉도에 내릴 수 있었다.

이날 오후 7시 35분쯤 울릉도 남동쪽 22㎞ 해상에서 독도 여객선 엘도라도호의 4개 기관실 중 한 곳이 바닷물에 침수됐다. 바다를 떠돌던 불상 물체와의 충돌로 인해 여객선 날개판과 선박 본체를 이어주는 용접 부위에 금이 간 것으로 일단 추정된다. 이 틈새로 유입된 바닷물은 한때 기관실 60㎝ 높이까지 차올랐을 정도로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침수가 시작되자마자 승무원들은 안전 매뉴얼에 따라 비상조치를 취했다. 배수 펌프를 작동하고 동해해경에 신고하는 한편 승객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토록 하는 등 침착하게 대응했다. 신고를 받은 해경은 인근 해상에 있던 1천500t급 경비함을 현장으로 급파했고 해경대원 6명이 여객선에 올라 안전구호 조치를 했다. 기관실 침수 소식을 접한 승객들은 4시간 동안 공포에 떨었지만 해경 경비함의 호위 속에 무사히 울릉도 저동항에 내린 뒤 가슴을 쓸어내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 안전사고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 시스템이 한결 개선됐다는 사실을 이번 독도 여객선 사고는 보여줬다. 사고 발생 직후 이낙연 총리가 "해수가 유입된 채 운항 중인 엘도라도호에 대해 해경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리는 등 중앙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대응은 적절했지만 근본적인 해결 과제도 남아 있다. 특히 비슷한 사고의 재발 우려가 있다는 점은 심각히 여길 일이다. 엘도라도호 같은 독도 여객선은 알루미늄 재질로 된 선박 특성상 충돌에 따른 침수 사고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이번과 달리 세월호 사고 이전만 하더라도 경미한 침수 사고 시 해경에 알리지 않고 자체 수습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과 여객선사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원천적으로 막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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