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몰아내는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깨알' 운행표, 내부는 미로…탑승 동선 복잡해 이용 기피

입력 2018-04-02 00:05:00

개장 이후 이용객 8% 줄어…어르신 앱 예매 엄두도 못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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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같은 버스 시간표\' 지난달 27일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3층 매표소에서 한 노인이 고속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평소 보안요원 고작 2명만

지난달 27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대합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 빽빽한 운행시간표가 표시됐다.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 동안 깨알 같은 시간표를 쳐다보던 김말래(67) 씨는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김 씨는 "버스 노선이 너무 많아 헷갈리고, 차표를 끊은 뒤에는 탑승구를 찾느라 애를 먹는다"면서 "언니를 만나러 자주 부산에 가는데 늘 헤매다가 간신히 시간에 맞춰 버스에 올라타기 일쑤"라고 털어놓았다.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자 흩어져 있던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을 통합한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가 노인이용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다양한 버스 노선이 한곳에 통합되면서 내부 구조가 복잡해진 데다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노인들은 모바일앱 등 스마트폰을 활용한 차표 예매에 익숙하지 않아서다.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개장 이후 고속'시외버스 이용객은 오히려 줄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이용객은 344만4천20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과 동부정류장, 남부정류장으로 나뉘어 있던 지난 2015년(374만2천212명)과 2016년(373만3천202명)에 비해 8%가량 줄어든 수치다.

터미널 통합으로 탑승 동선이 편리해져 이용객이 대폭 늘 것이라던 기대와는 전혀 딴판인 셈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노년층 승객들의 이용 기피가 꼽힌다. 강원도 원주의 친척집에 간다는 유모(76) 씨는 "1층 다음에 바로 3층이 나오고 에스컬레이터도 여러 군데 설치돼 있는 등 구조가 복잡하고, 안내표지판을 봐도 노인들은 잘 찾아가기 어렵다"며 "과거에는 서울은 한진터미널, 광주는 금호터미널 등 목적지와 터미널이 간단했는데, 통합 후 오히려 불편해졌다"고 했다.

김쌍심(70) 할머니는 "탑승구를 못 찾아 헤매다가 버스를 놓친 적이 있어서 오늘은 아예 일찍 나왔다"면서 "목적지마다 버스에 타는 층수도 다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거나 한참 걸어야 해 버스를 놓칠까 항상 불안하다"고 했다.

이용객들의 불만은 높지만 대구시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객이 몰리는 명절에만 층별로 안내원 3, 4명을 배치할 뿐 평소에는 보안요원 2명이 질서유지부터 길 안내까지 모든 업무를 도맡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안내표지판을 알아보기 쉬운 큰 글씨로 바꾸는 등 편의에 신경 쓰지만 한계가 있다. 이용객이 많지 않은 평시에는 버스기사나 매표원 등 직원들이 노인들을 돕는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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