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프리즘] 신학기 담임교사의 역할과 고민

입력 2018-04-02 00:05:00

매년 3월이 되면 담임교사는 신학기 업무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낸다. 올해는 2월 초에 인사발령을 하고, 이동할 학교에 겸임 업무 권한을 부여하여 새 학기 업무 준비를 하였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이 있듯이 학교 업무 분장의 하이라이트는 담임 배정이다. 그런데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확대에 따른 진로진학지도 및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에 대한 부담감, 학생의 성장단계별 특성에 따른 지도의 어려움, 학부모의 높은 기대로 인한 압박감으로 담임 기피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학종이 점점 확대되는 현행 입시제도하에서 담임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어 담임교사의 역할과 고민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담임교사는 학급 경영자이다.

관리는 현상을 유지하는 수동성이 강조되는 반면 경영은 현상 유지를 넘어 변화에 대응하는 능동성이 강조된다. 오늘날 급변하는 사회 변동 속에서 담임교사는 교육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학급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 학생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능력을 향상시키고 소질을 키워야 할 인격의 주체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담임교사는 학급 관리자가 아니라 학생들이 꿈과 끼를 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급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

둘째, 담임교사는 교육환경이다.

코이라는 물고기는 어항에서는 5~8㎝ 정도, 수족관이나 연못에서는 15~25㎝ 정도, 강물에서는 90~120㎝ 정도 자란다고 한다. 코이는 자라는 환경에 따라 성장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아마도 담임교사가 제공하는 교육환경에 따라 학생들이 꿈을 키워가면서 성장하는 모습도 매우 다를 것이다. 따라서 학기 초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려고 고민하며 부단히 연찬한다. 학생들은 진로진학과 관련된 교육 활동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담임교사와 상담한다. 이때 담임교사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여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진로진학지도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셋째, 담임교사는 교육과정 운영자이며 진로진학 안내자이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하고 있다. 1학년 담임교사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단위학교 교육과정의 특징을 학생들에게 안내해 주어야 한다. 특히 2021학년도 수능 출제 범위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 수학 영역의 출제 범위 변화는 자연계 수험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가'형에서는 '기하와 벡터'가 제외되고 '수학Ⅰ'이 추가 되지만 현행 수능보다 다소 쉬워졌다고 볼 수 있다. 수학 '나'형에서는 '미적분Ⅰ'이 제외되고 대신 수학 '가'형과 동일한 '수학Ⅰ'이 추가로 출제된다. 그런데 수학 '나'형의 경우 2015 개정 교육과정 수학 '나'형에 지수함수, 로그함수, 삼각함수 등의 내용이 추가됨에 따라 학습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는 우려가 있다. 단위학교에서는 '수학Ⅰ'이 어떻게 운영되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또한 담임교사는 학생의 특성 및 진로희망, 특색 있는 교육 활동, 학종 및 입시제도 변화 등을 바탕으로 진로진학지도를 하여야 한다. 특히 학기 초에 담임교사는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쓰도록 지도한다. 자소서는 미래 설계 계획서로서 1학년은 진로희망과 연계된 3년간 교육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2학년은 수립된 계획을 중간 점검하며, 3학년은 자신의 교육활동을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데 의미가 있다. 집을 다 짓고 설계도를 그리지 않듯이, 교육활동을 한 후에 자소서를 쓰는 것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 거칠더라도 큰 틀에서 진로희망과 연계하여 학기 초에 자소서를 쓰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도현의 '이 세상에 아이들이 없다면'이라는 시가 있다. "어른들도 없을 것이다. 어른들도 없으므로 교육도 없을 것이다. 교육이 없으므로 교과서도 없을 것이다. 교과서가 없으므로 시험도 없을 것이다. 시험이 없으므로 대학교도 없을 것이다. 대학교가 없으므로 고등학교도 없을 것이다.(이하 생략)"

새 학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교육활동 및 업무 처리로 마음의 여유를 갖기는 쉽지 않지만 안도현의 시는 담임교사의 존재 이유를 말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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