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해법 한-미 이견 노출

입력 2018-03-31 00:05:00

美 '先핵폐기 後보상' 기조…靑 "北에 적용 어려운 접근법 검증·핵폐기 순차 진행해야"

남북이 다음 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한 담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비핵화 해법을 두고 한반도 문제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미국과 우리 정부가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은 '선(先)핵폐기 후(後)보상' 기조의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든 비현실적 접근법은 안 된다"며 이 해법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에 당장 무릎을 꿇고 핵무기부터 내놓으라는 식의 해법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정답이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를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연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나오면서 사실상 "비핵화는 미국의 해법대로 하라"는 메시지를 한국 측에 던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핵 해법에 대한 미국과의 사전 조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 "북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리비아식 해법은 미국 내 강경파들 사이에서 북핵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의 전도사'로 불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최근 안보 참모 기용 성향을 봤을 때 대북 유화 정책보다는 현실주의적 강경론 쪽에 서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북한의 핵 문제가 25년째인데 TV 코드를 뽑으면 TV가 꺼지듯이 일괄 타결 선언을 하면 비핵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검증과 핵 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구상도 리비아식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이번 방중 기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가 선의로 우리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언급, '행동 대 행동'에 입각한 단계적인 비핵화 구상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 동결에서 핵 폐기에 이를 때까지 여러 단계에서 서로가 '행동 대 행동'으로 교환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어 우리 정부 역시 순차적이고 단계적인 북핵 접근법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북핵 해법이 선(先)폐기 후(後)보상에서 북중 정상이 제기한 단계적 해법으로 방향 선회를 하려는 것 같다. 이는 한국이 북중의 논리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 돼 미국과의 충돌을 가져 올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단계적 해법은 북한으로 하여금 시간벌기를 통한 핵개발 완성 기회를 주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북핵 폐기 후 따를 보상 문제에서 한국이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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