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청와대 만찬에 독도새우가 올랐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본 정부는 왜 하필 '독도새우'냐고 발끈해서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인 만큼 한국이 '독도'라는 명칭이 들어간 재료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독도새우가 무엇인가? 동해안에서 잡히는 큰 새우는 크게 세 종류다. 세로줄이 들어가 있는 붉은 새우는 꽃새우(표준명은 물렁가시붉은새우), 닭벼슬처럼 생긴 모양의 대가리를 한 닭새우(표준명은 가시배새우), 닭새우와 비슷한데 보다 붉은빛이 돌면서 크기가 큰 새우가 도화새우(일명 독도새우)다. 울릉도나 독도 근해에서 잡혀 독도새우라는 편의상 이름이 붙었는데 포항 등지에서는 20~30년 전부터 미식가들이 회로 먹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닭새우, 꽃새우, 도화새우 모두 통칭해서 독도새우라 부르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트럼프가 방한하기 전 일본을 들렀는데 이때 만찬의 식재료에도 새우가 올랐다고 한다. 그 새우는 닭새우라고도 하지만 일본명으로는 이세(伊勢)새우인데, 한국의 닭새우와는 완전 다른 종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이나 일본이나 미국이라는 우방국 대통령이 국빈 방문을 했을 때 가장 맛있는 식재료를 동원한 것인데, 음식상에 무엇이 올랐든지 간에 상대방에게 미주알고주알 따질 계제는 아니다. 이런 것까지 화제가 되고 양국의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독도'라는 '뜨거운 감자' 때문인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독도' 이야기만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2005년 시마네현에서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한 이후 지속적으로 한국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 방위백서, 외교청서 등의 기록물에서 독도영유권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한국 정부도 지속적으로 이에 맞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교적 대응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다.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의 완성이 바로 그것이다. 울릉도의 부속 섬인 독도에 대해 더욱 연구하고 활용하고 자원화하여 독도의 가치를 더 높여 나가야 하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출범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동해연구소 소속의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도 바로 이러한 차원에서 울릉도, 독도 인근 해역의 실질적인 연구를 위해 출범했다. 하지만 아직 이 해양연구기지에는 울릉도와 독도 해역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전용선 하나 없다.
이 연구기지의 김윤배 박사가 3월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내일 새벽같이 어선(연안자망) 임차하여 당일 일정으로 독도 연안 조사를 위해 독도 수중에 들어갈 장비 세팅 중. 독도 연안의 해수 흐름을 측정할 해류계, 독도의 수위 변화를 측정할 수위계, 해수 중의 빛의 세기와 수온을 측정할 장비들. 몇 개월 동안 독도 연안에 들어가 다양한 정보를 담을 예정. 이외에 서도 혹돔굴, 동도 해녀바위 등 다이버가 입수하여 수중생태계 관찰 예정. 올해 매달 독도에 들어가야 할 듯. 1년 독도 바다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그나저나 언제쯤 어선 임차에서 탈피하여 독도전용 조사선으로 번듯이 조사할 수 있을까"라는 글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댓글에서 김 박사는 10t급 어선을 임차했다고 밝히면서 "해수부에 독도 동도 물양장 정온구역 접안 가능한 20t급 소형 쾌속조사선을 계속 건의 중"이라고 하기도 했다.
독도는 말과 의기와 각종 서명으로만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보다 현실적으로 김 박사의 소망처럼 소형 쾌속조사선이 하루빨리 건조되어, 연구원들이 '번듯이' 연구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하응백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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