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를 맞아 막대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금리 변동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등 이자 부담 증가로 원리금 상환 걱정이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감축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다 금리까지 뛰면서 가계나 개인사업자의 대출금 상환에 큰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이런 곤란한 상황은 최근 한국은행의 조사'분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은이 29일 금융통화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 상환 부담이 큰 '취약차주' 5명 중 1명이 연간 소득의 40% 이상을 이자 갚는 데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신용'저소득 대출자를 뜻하는 취약차주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50만 명이다. 전체 가계대출자 1천876만 명의 8.0% 수준으로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문제는 82조원이 넘는 돈을 빌린 취약차주들이 이자 부담이 급격히 커져 제때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다. 이는 정부의 가계부채 해법이 경착륙하면서 큰 충격을 받게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런 결과는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행이 미국 금리 인상에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1.50% 수준에서 계속 동결하는 이유도 금리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염려한 때문이다.
가계부채의 급증은 2014년부터 기준금리가 크게 낮아진데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 원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 총액은 1천450조원을 넘겼다. '한국 경제의 뇌관'이라고 불릴 만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진 것이다. 지난 3년여 동안 가계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4.4%에 이른다. 이전 정부가 앞장서서 '빚을 내 집을 사라' 고 부추긴 것도 가계부채 급증에 큰 몫을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가 대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돈줄을 죄면서 부채 증가 속도가 크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채를 별 무리 없이 상환할 수 있을 만큼 소득이 늘지 않거나 거꾸로 감소하면서 가계부채 대책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은은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겠지만 단기적으로 큰 문제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지만 낙관할 이유도 없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지금부터 가계부채 대책을 거듭 점검하고 파장을 줄이는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