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미세먼지 탓에 감기가 걸렸다. 휴대폰은 물론 목과 코에서 연신 미세먼지 경고음이 울려댄다. 미세먼지엔 삼겹살이 좋다고 해서 오랜만에 친구들과 고깃집에서 만났다. 미세먼지 때문에 만났으니 자연스레 술자리는 미세먼지와 지구환경 얘기로 가득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한 친구가 화제를 전기차로 돌렸다. 평소 전기차에 관심이 많던 그는 미세먼지 특효약은 전기차의 대중화라고 역설했다. 일반 내연차에 비해 미세먼지 유발 오염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니 이 친구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전기차 보급에 사활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모임 이후 이런 상식을 깬 전기차 환경영향 분석 결과를 우연하게 보게 됐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친환경자동차법의 전기자동차 구매지원제도에 관한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를 이용하는 도심지역의 미세먼지는 줄어들지만, 전력을 충당해야 할 발전소 주변 지역의 오염도는 더욱 높아진다. 결국 나라 전체로 봤을 때 전기차 보급이 많으면 많을수록 미세먼지가 더 늘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는 일단 대구와 같이 차량 밀도가 높으면서 화력발전소 및 산업시설이 많지 않은 대도시 경우 전기차 보급에 따른 대기환경 개선 효과는 클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기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화력발전소가 소재한 지역의 경우 전기차 보급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오염물질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진행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도로오염원(차량)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양은 감소하지만 전력 생산을 위해 배출되는 양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2030년까지 세계 평균 수준으로 전기차가 보급되면 도로 오염원에서의 미세먼지는 0.653㎍/㎥가 감소하지만, 발전 부문에서 1.147㎍/㎥가 증가해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밀도는 평균 0.494㎍/㎥ 정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에 공급할 전력을 생산하는데 신재생에너지 같은 친환경적 발전 방식으로 유도하지 않는다면 전기차도 더는 '친환경'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셈이다.
전기차 급증에 따른 전기 부족 부분도 풀어야 할 숙제다. 우리나라는 여름과 겨울철 등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는 시기만 되면 전력난에 허덕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 앞서 정작 전기 대책은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를 30분 이내 급속 충전할 경우 50~70㎾ 정도 전기량이 소요된다고 했다. 이는 가정용 에어컨 30~40대가량을 동시에 돌리는 양과 비슷하다. 충전 속도가 빠른 급속 충전 경우 충전기에 꼽자마자 갑자기 부하가 늘어나기 때문에 6~8시간 정도 걸리는 완속 충전보다 전기 소모량이 확 늘어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에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량을 최대 100만 대로 가정하고, 총 발전량을 현재의 20% 정도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필요 전력을 최소한으로 책정했는데, 대부분의 전기차 사용자들이 퇴근 이후 귀가해서 심야 전기로 충전하기 때문에 전기가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일부에선 우리나라 실정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기차 사용자들은 주유소처럼 간편하게 충전을 끝내길 바라지, 6~8시간 충전하고 2~3시간을 달릴 수 있는 차를 원하지 않을 테니까. 또 밤에만 충전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결국 낮시간 동안 동시 충전 차량이 많아지면 순간 최고 전력, 즉 '피크 전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대구시는 어느 지역보다 전기차 보급률에 앞장서는 곳이다. 3년 만에 5천 대를 바라보는데다, 올해는 처음으로 전기화물차와 전기이륜차가 생산되는 '전기차 메카'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메카가 되려면 전기차 공급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발전소 확충 등 전기 대책에도 관심을 가져 '진짜 모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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