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의용수비대 진실은?] ⑤진실에 눈감아 온 정부<끝>

입력 2018-03-30 00:05:04

오류 수정 외면하는 보훈처…독도 국제법적 지위 하락 우려

1954년 8월 28일 독도에서 열린 경비 막사 제막식 사진. 독도 경비 막사를 정부 차원에서 건립했다는 여러 국가 기록을 무시하고, 현재 한국 정부는 홍순칠 대장의 일방적인 주장을 근거로 이를 독도의용수비대 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독도수호대 제공
1954년 8월 28일 독도에서 열린 경비 막사 제막식 사진. 독도 경비 막사를 정부 차원에서 건립했다는 여러 국가 기록을 무시하고, 현재 한국 정부는 홍순칠 대장의 일방적인 주장을 근거로 이를 독도의용수비대 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독도수호대 제공

국가보훈처는 '1953년 7월 12일 독도에 상륙하려던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 헤쿠라호를 발견해 대응'한 사건을 독도의용수비대 주요 공적으로 인정한다. 반면, 독도의용수비대기념사업회는 '독도를 지켜낸 33인의 의병'이란 교육자료에서 한'일 양국의 국가기록을 근거로 이 사건의 대응주체가 울릉경찰서 독도순라반이라고 밝히고 있다. 독도의용수비대기념사업회는 독도의용수비대지원법을 근거로 국가보훈처가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이처럼 독도의용수비대 역사가 정부 부처나 유관기관 간에도 다르게 기록되는 사례가 많다. 내용을 접하는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실이 아닌 내용이 언론'출판물 등을 통해 무비판적으로 확산되는 것도 문제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과장'왜곡된 수비대 역사를 애써 외면하며 바로잡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독도의용수비대 역사 왜곡 논란은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1950년대 독도경비사를 연구하고 있는 김점구 독도수호대 대표는 2006년 국가보훈처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이듬해 감사원은 1996년 수비대원 33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서훈이 절차적'내용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국가보훈처에 공적 재심사 조치와 독도의용수비대지원법 개정을 검토하라고 통보했다.

이후 국가보훈처는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나섰으나 국가기록마저 부정하며 "명백한 반증자료가 없어 현재 기록을 뒤바꿀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국가보훈처는 2006년 역사 왜곡 논란이 커지자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관련 글을 게시하지 못하도록 '독도' '독도의용수비대' 등의 단어를 금지어로 등록하며 진실에 눈감아왔다.

2013년엔 독도의용수비대기념사업회가 수비대 활동 기간을 재정립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했다. 당시 연구팀은 '3년 8개월간 활동했다'는 공식 역사와 달리 "1954년 4월부터 12월까지 8개월 동안 활동했다"고 결론내리고, 활동 기간과 내용에 오류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와 기념사업회는 이 연구용역 결과를 지금껏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국가보훈처는 진실을 규명하기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비대 역사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국제법상 지위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점구 대표는 "한국전쟁 전후 혼란한 정국 속에서도 우리 정부의 독도수호 노력은 꾸준히 이어졌다. 왜곡된 독도 경비사를 인정하는 것은 그 시기 국가 차원의 조치를 우리 정부 스스로 부정하며 독도의 국제법적 지위 하락을 자초하는 꼴이 된다"고 꼬집었다.

2011년 독도의용수비대 활동사 논문을 발표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김윤배 박사도 "사실과 다른 수비대 역사가 정설로 굳어진다면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일본의 전략에 말릴 수 있다. 기간의 길고 짧음을 떠나 의용수비대는 독도 역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활동이었던 만큼, 정부 차원의 역사 재정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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