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상황' 자료 분석…지난해 말 기준 149만9천명, 가계대출 6%인 82조7천억원
취약차주 5명 중 1명은 연 소득 40% 이상을 이자 갚는 데 쓰고 있었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이 1.7%포인트 상승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가운데 한계차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우려를 낳는다.
한국은행은 29일 금융통화위원회 금융안정회의에 보고한 '금융안정상황' 자료에서 작년 말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이런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은행권이 26일부터 도입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은 대출심사 과정에서 기존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합산, 연 소득과 비교해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한은은 이번 조사에서 이자 상환액만 연 소득과 비교한 '이자 DSR'을 추정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가계대출 전체 차주의 이자 DSR은 9.5%다. 그러나 금리가 1%포인트 오른다고 가정하면 이자 DSR은 10.9%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차주 부담은 더 커진다.
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 차주를 의미하는 취약차주의 이자 DSR은 24.4%에서 26.1%로 1.7%포인트 상승한다. 금리가 2%포인트 상승하면 전체 차주의 이자 DSR은 12.3%, 취약차주는 27.8%가 된다. 5%포인트 상승 시에는 전체 차주는 16.4%, 취약차주는 31.9%까지 이자 DSR이 오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자 상환 부담이 큰 고(高)DSR(이자 DSR 40% 이상) 차주 비중은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4.2%에서 5.0%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차주의 경우 고DSR 비중(19.5%→21.8%)은 2.3%포인트나 확대된다. 취약차주 5명 중 1명은 순수하게 이자만 갚는데 소득의 40% 이상을 쓴다는 의미다.
취약차주는 지난해 말 149만9천 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계대출자(1천876만 명)의 8.0% 수준으로, 한은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4년 이래 최대다. 이들의 대출 금액은 전체 가계대출의 6%인 82조7천억원이었다. 취약차주 부채가 80조원을 돌파하기도 작년이 처음이다.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인 차주는 40만6천 명에서 41만8천 명으로 늘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체 가계 대출자의 2.2% 수준이다. 취약차주 대출의 66.4%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에 의존하고 있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저신용자에서 상승하는 모습이다.한은은 "취약차주의 차주 수와 부채 규모가 늘어나는 가운데 대출 금리 상승 시 이들 차주의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유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