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 설움 이젠 벗었어요"…봉화군, 찾아가는 한글학교

입력 2018-03-30 00:05:04

봉화읍 거촌2리 마을 어르신들이 한글 삼매경에 빠져 있다. 봉화군 제공
봉화읍 거촌2리 마을 어르신들이 한글 삼매경에 빠져 있다. 봉화군 제공

"배워서 남 주나, 늦었지만, 열심히 한번 해보겠다."

봉화군(군수 박노욱)이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한글학교를 운영, 만학의 꿈을 이루게 해주고 있어 화제다.

27일 오후 3시 봉화 법전면 눌산1리 경로당. 찾아가는 이동한글학교 개강식에 참석한 신세환 봉화군노인복지관 관장과 최기수 봉화군 복리담당, 이경숙'김제선 강사, 어르신 학생 등 20여 명이 한데 모여 만학의 꿈을 불태우고 있었다. "ㄱㄴㄷㄹ~ 가나다라마바사…." 첫 한글 교육에 참가한 법전면 눌산1리 경로당 만학도들은 한글을 배우고 익히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28일 오후 2시 두 번째로 마련된 봉화읍 거촌2리 경로당 한글학교 역시 어르신들의 글 읽는 소리로 가득했다.

봉화군노인복지관이 위탁 운영하는 찾아가는 한글학교는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봉화군이 마련한 한글 공부방이다.

군은 배움의 열정은 있지만, 이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한글 선생이 직접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방문하도록 해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군은 한글교육에 대한 열정이 높은 3개 읍'면(봉화읍'봉성면'법전면)을 먼저 선정하고, 매주 1회(회당 2시간)씩 돌아가며, 오는 12월까지 한글교육, 한글체험학습, 도전백일장 등 다양한 내용을 교육하고 있다.

최기수 복리담당은 "한글학교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의 열정은 젊은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며 "적극적인 참여와 배우겠다는 의지 하나로 한글학교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금동희(82) 거촌2리 경로당 회장은 "늦었지만 배움의 기회를 마련해 준 봉화군에 감사를 전한다"며 "열심히 배워서 손자와 자식들에게 편지도 써보겠다"고 별렀다.

봉화군은 평생교육을 통해 지역 간 교육 격차와 문화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찾아가는 '활력팍팍 행복인생, 찾아가는 노래교실'도 운영, 어르신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노래교실은 강사들이 직접 마을 경로당을 방문, 어르신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있다.

박노욱 군수는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한글교실을 운영하게 됐다"며 "앞으로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된 분들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맞춤형 평생교육 강좌 등을 운영, 군민과 함께하는 공동체 문화를 육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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