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발표…박근혜'김기춘 독단 기획 이병기·김상률 주도 결론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청와대가 기획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 교육부, 관변단체 등을 총동원해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비밀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국정화 반대 학자를 학술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많은 위법 행위가 저질러진 사실이 확인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러한 내용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정화를 결정했고, 김 전 실장 후임인 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당시 교육문화수석 등이 위법'부당한 수단과 각종 편법을 동원해 강행했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위는 국정화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작 ▷비밀TF 운영 ▷국정화 행정예고 의견서 조작 ▷청와대 국정화 홍보비 부당 처리 ▷교과서 편찬'집필 과정 부당 행위 ▷국정화 반대 학자 학술연구지원 배제 등 불법 행위가 이뤄진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따라 조사위는 관련자들에 대해 직권남용과 배임,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의뢰하라고 교육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수사 의뢰 대상에는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이병기 전 비서실장, 서남수'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김정배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김재춘 전 교육부 차관, 전'현직 교육부 공무원, 민간인 등 25명 안팎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는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이병기 전 실장 등은 각종 위법사항이 동원된 국정화 계획 추진을 지시하거나 적극 가담한 혐의로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고, 황우여 전 장관과 김재춘 전 교육부 차관 등은 비밀TF 운영과 관련해 역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서남수 전 장관 등은 한국교과서연구재단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국정화 여론조사 대행을 맡기고 국정화에 유리한 내용을 포함시켜 직권남용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비서관 등으로 근무한 교육부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신분상 조치도 요구할 방침이다.
당시 청와대는 교과서 편찬과 내용 수정 등 세부 사안까지 일일이 개입했다고 진상조사위는 설명했다. 청와대는 2015년 10월 전국역사학대회에서 국정화 반대 성명 발표가 예상되자 사전 대응을 지시했고, 교육부는 올바른 역사교과서 지지 교수 모임 성명서 발표, 보수 학부모단체 집단행동을 계획했다. 청와대는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교수 102명의 국정화 지지 선언을 기획했고, 교육부가 시민단체 명의로 국정교과서 홍보 리플릿을 만들어 배포하도록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과 관련해 15가지 항목에 관해 구체적 지시를 내렸다고 진상조사위는 전했다.
청와대는 집필진 선정 과정에도 부당 개입했으나 위촉 절차를 생략해 공식 자료조차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신변 보호를 명분으로 당시 집필진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현대사 분야에는 역사학 전공자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국정교과서 집필료는 '1인당 3천만∼4천만원은 줘야 한다'는 국사편찬위원장 지시로 초등 국정교과서 집필료의 약 4배 수준을 지급했다.
국정화에 반대한 학자는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지원에서 배제된 반면 국정화 지지 학자는 대부분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교육부는 청와대 지시에 동조 또는 침묵하면서 국정화 논리를 홍보하고 국사편찬위, 동북아역사재단 등을 동원해 실무를 뒷받침했고 국정화 찬성 언론 기고문 기획과 대필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상조사위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민주적 절차를 무력화하고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역사교과서 편찬에 개입한 반헌법적, 불법적 국정농단 사건'으로 규정했다. 조사위는 "유사한 일을 막으려면 초등 국정교과서 검정제 전환,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폐지 등 교과서 발행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권고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에 현장 검토 요원으로 참여한 대구의 한 교사는 "당시 학교에서 사용하던 역사교과서는 좌편향과 내용 오류가 많아서 오로지 좋은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집필자 공모에 응했다"면서 "2015년 말부터 1년여간 20여 차례 모여 전공교수가 주로 집필한 교과서 내용을 검토했으며, 위에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수정 지침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이 교사는 당시에 집필'검토료로 2천만원가량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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