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생존전략 '압도적인 도전'

입력 2018-03-29 00:05:00 수정 2018-10-16 17:26:59

내가 매니지먼트하는 '비아트리오'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5번의 유럽투어를 했다. 2009년 처음 유럽투어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공연할 곳을 정하는 것이었다. 시작은 유럽 유명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것이었다.

초대받는 건 아예 기대하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신청했다. 다음은 유럽의 한국 대사관, 영사관, 문화원, 한인교회, 한인신문 등에 연락해서 초대를 받아보는 것이었다. 이메일 주소를 정말 어렵게 알아내, 100통 이상의 메일을 보냈다. 2월에 메일을 보내고 7월 출발할 때까지 단 한 하나의 답신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유럽에 도착했을 때 한국에서 보낸 메일들이 효력을 발휘했다. 영국 런던의 한인회에서 8·15 광복절 기념식 공연에 초대해 주었다. 그때 만난 공연기획자가 비아트리오를 현재 우리의 가장 큰 자랑이 되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소개해주고 오디션의 기회를 만들어줬다.

첫 유럽투어를 어렵게 마치고 돌아와 그 이력을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된 팀 프로필을 만들었다. 이후 전국의 국립, 사설극장, 소극장, 백화점, 마트 전용극장, 방송사, 공연기획사, 이벤트사 등에 프로필을 보냈다. 해가 가기 전 인천의 아울렛, 창원의 이벤트사, 마산의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 인천 아울렛 공연의 좋은 반응으로 전국 체인과 계약을 맺어 다음 해 25번의 공연을 했다.

대구문화재단 지원을 해본 이후 공연 관련 지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에게 해당이 될 것 같은 국내 지원사업 항목 모두에 서류를 만들어 넣었다. 그중의 몇 곳은 서울까지 면접을 가야 하는 곳도 있었다. 열심히 준비해서 면접도 봤다. 결론은 13곳 모두 떨어졌다. 이후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보충해 다음 해 7곳에 지원해 3곳에서 지원을 받았다.

지방대 음대를 나온 11년차 여성 4인조 월드뮤직 앙상블은 여전히 생존을 생각한다. 매번의 공연은 더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오디션이 된다. 가장 무서운 것은 '지방팀이 무엇을 할 수 있겠어'라는 선입견이다. 그 선입견은 다른 지역에서보다 내가 태어나 자라고 음악을 시작한 바로 이곳 대구에서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 어느덧 이 일을 시작할 때 경쟁도 하고 협력하기도 했던 많은 팀들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하는 이 일은 뒤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 위에 있는 것과 같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뒤로 퇴보하게 된다. 그 위에서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려면 압도적인 도전을 해야 한다. 언제나 그랬듯 여전히 우리의 생존전략은 압도적인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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