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을 위한 수사구조개혁

입력 2018-03-28 00:05:00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및 검찰의 비리 문제 이후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 조정에 관한 논의가 한층 심화되고 있다. 누군가의 수사권은 축소'삭제하고 누군가의 수사권은 확대'유지하는 조정안이 연일 국회와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수사권에 관한 논의를 '밥그릇 싸움'이라고 냉소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필자와 같은 대부분의 일선 수사관들은 수사권이라는 말에 익숙하지 않다. 모두들 수사권보다는 그 책임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이에 대해 고민할 뿐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괴리가 생긴 것일까. 아마 이러한 수사구조개혁에 관한 논의가 경찰들에게 큰 이익이 되고 그들의 권력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검사의 직접수사권 및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삭제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 및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수사구조개혁은 실제적으로 경찰에게 더 과중한 업무 부담을 주고 더 큰 책임을 부여하는 일이다. 쉽게 말해서 일만 많아질 뿐 좋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경찰은 수사구조개혁을 외치고 있는 것인가. 바로 국민을 위해서이다.

수사구조개혁으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어,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게 된다면, 명확한 역할 분담으로 국민의 인권이 두텁게 보호될 수 있다. 현재 형사사법체계 아래에서는 기소권이 있는 검사가 직접 수사까지 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 아닌 유죄를 받아내기 위한 수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다. 수사와 기소를 모두 책임지는 검사는 그 최종 결과인 기소에 중심을 두고 수사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사자들의 인권을 헤아리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수사는 경찰이, 사법정의를 위해 범죄자를 처벌하는 기소는 검사가 담당할 때에 국민을 위한 정의와 인권이 바로 설 수 있다.

다음으로, 견제와 균형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다. '전관예우', '제 식구 감싸기' 같은 말은 검사의 비리를 고발하는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그만큼 검사가 다른 기관의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고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는 의미이다. 거악 척결을 위한 검사의 권한을 외치던 검사들이 스스로 거악이 되어버린 현실이다. 수사기관일지라도 그 비리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수사받고 성역 없이 처벌되는 것이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바라는 국민의 요청일 것이다. 결국 수사구조개혁으로 검사의 범죄는 경찰이, 경찰의 범죄는 검사가 상호 제한 없이 수사할 수 있도록 변할 때, 공정하고 올바른 사회가 될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효과도 있다. 지금의 형사사법체계에서는 피의자는 물론 피해자 역시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다시 검사에게 똑같은 조사를 또 받아야 한다. 범죄사실이 간단하여 당사자들의 짧은 진술만을 청취하면 되는 사건일지라도 이러한 이중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수사기관이 불필요하게 두 배의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국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수사구조개혁을 통해 이러한 불필요한 이중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수사구조개혁을 통해 이러한 효과들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하려면, 경찰이 수사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하고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전문성을 길러야 하고 또한 더 많은 국민이 경찰을 지켜보고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찰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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