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금기들 자손 福 비는 문화 알고 친숙, 제사 지내며 가족 평안이 조상 덕인줄 알아"
"나라별 금기 문화, 다르긴 하지만 위험을 대비하고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은 같아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 문화를 따라 가족들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겁니다."
다문화 가족 생활체험 수기 공모에 입선한 영덕의 필리핀 새댁 류희정(40) 씨. 그녀가 수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남편은 제가 탈락할까 봐 수기 공모를 말렸어요. 하지만, 저는 용기를 가지고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앞으로 한국에 와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열심히 도전해 나갈 생각입니다."
한국생활 13년 차로 세 아이의 엄마이자 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과 4학년, 그리고 다문화센터 다문화이해교육 강사, 경상북도 이중언어강사이다. 여기에 한국어능력시험 4급에다 방과 후 영어지도사 자격, 국가인증 정보자격시험(ITQ) 한글 자격 등 그녀의 이력에서 수기 공모 입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면 안 되고 엘리베이터에 4층은 안 보이고, 문지방 밟으면 큰일 나고, 제사상에 과일'탕'나물 등은 홀수로 해야 하고…. 처음에는 사실 우리처럼 외국에서 시집온 여성들이 알아야 할 금기나 터부가 너무 많아 애를 먹었습니다."
특히 제사의 세세한 부분까지 배우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그런 것들이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자손의 안녕과 복을 비는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을 차츰 받아들이게 되면서 이젠 음복 문화까지 이해할 정도로 한국 문화에 젖어들게 됐다.
"저는 1년에 네 번의 제사를 지내는 맏며느리입니다. 매번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조상께 우리 가족을 부탁해 봅니다. 모두가 평안한 것도 제사 때 오신 조상 덕이 아닐까요."
하지만, 제사 문화에서 조금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전하기도 한다.
"심야 제사를 지내고 음복까지 하고 나면 두세 시가 훌쩍 지납니다. 아이들 학교 가야 하는 것을 생각해 저녁 제사로 바꾸었으면 해요. 또 음식이 너무 많아 비용도 비용이지만 아이들이 먹지 않으면 낭비적인 면도 있으니 가족들이 함께 먹을 수 있는 것을 준비하면 좋겠어요."
매일신문이 결혼 이주여성들의 한국 정착 체험기를 공모해 수십 편의 우수작을 추린 '무지개를 타고 온 사람들'에 그녀의 글 '이젠 알아요, 한국의 금기사항'도 함께 실려 출간됐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남아공 대통령·호주 총리와 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