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암 진단, 10분밖에 안 걸려요
주삿바늘 없이 환자 편의성 높여
살점 떼내는 조직검사 단점 보완
의학계 새 블루오션으로 떠올라
경북대팀 유방암 진단 기술 발표
치매'심근경색'말라리아도 진단
땀'눈물'입김 등 활용 연구 활발
"밤하늘에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을 본다면 인공위성이 아닌지 의심해보라"고 천문학자는 말한다. 실제로 우리 맨눈으로 인공위성을 볼 수 있다. 가끔 혜성처럼 등장하여 별똥별처럼 사라지는 기술들이 있다. 그렇다면 단 한 방울의 피만 가지고 암을 진단한다는 기술은 혜성일까, 아니면 별똥별일까? 피 한 방울로 암을 포함한 240가지의 질병을 진단해주는 미국의 테라노스라는 기업이 등장했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는 어린 시절 주사기 바늘이 무서웠던 경험에서 착안하여 주사기 바늘을 쓰지 않고 손가락 끝에서 피 한 방울만 얻어서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2014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포브스지는 홈즈의 자산을 5조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음 해인 2015년에 월스트리트 저널이 테라노스의 실체를 폭로하였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테라노스가 허가받지 않은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몰락해갔다. 급기야 포브스지는 "홈즈의 자산이 0달러"라고 2016년에 발표했으며 투자자들로부터 여러 소송에 휘말려 있다. '그럼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사건이다. 그렇다면 요즘도 종종 뉴스에 나오는 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들은 진짜가 맞을까? 그 현장을 좀 깐깐하게 들여다보자.
◆피 한 방울로 암 검사?
2016년에 암에 걸려 죽은 사람이 전체 사망자의 27.8%나 되었다. 특히 폐암(23%), 간암(14%), 대장암(11%), 위암(11%) 등의 비중이 컸다. 요즘은 암 치료 기술이 발달하여 암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쉽지 않다. 피 속에 포함된 암 관련 성분이 워낙 미량이어서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 많은 양의 피가 필요하고 정밀한 분석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단 한 방울의 피만 사용하여 암 성분을 분석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온다. 피 한 방울로 유방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기술이 경북대학교 백문창 교수팀에 의해서 2016년에 개발되었다. 한 방울의 반 정도 되는 양의 피만 있으면 유방암 세포에서 나온 특이한 단백질을 분석해서 유방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리고 국내 기업인 하엘은 피 한 방울로 10분 만에 암을 진단하는 자가진단기를 2017년에 개발했다. 십원짜리 동전만 한 랩온어칩(Lap-on-a-chip)에 한 방울의 피를 떨어뜨리면 암세포에서 나온 RPS3 단백질을 검출해서 암을 진단한다.
또한 일본 국립암센터에서 피 한 방울로 위암과 대장암을 비롯한 13가지 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기술을 2017년에 개발했다. 이것은 암세포가 혈액으로 버린 마이크로 RNA를 찾아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인데 현재 임상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2016년에 FDA는 세계 최초로 로슈 진단에서 개발한 암 진단 키트를 허가했다. 이처럼 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다른 병도 알 수 있을까?
피 한 방울이면 암뿐만 아니라 다른 병도 진단할 수 있다. 피 한 방울로 치매도 진단할 수 있다. 최근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김영수 박사팀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의 농도를 측정하여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실용화를 위하여 2016년에 기업 알피니언으로 기술이전되었다.
그리고 돌연사의 주요 원인인 심근경색을 피 한 방울로 1분 내에 진단할 수 있는 면역센서가 울산과학기술원 장재성 교수에 의해 2016년에 개발되었다. 이것은 심장근육이 괴사하면서 혈액으로 방출하는 트로포닌I이라는 단백질을 찾아내어 진단한다.
또한 국내 기업인 나노엔텍은 피 한 방울로 5분 내에 심혈관질환을 진단하는 키트를 개발하여 2014년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랩온어칩 기술을 사용하여 전립선, 남성호르몬, 갑상선을 진단하는 제품도 나노엔텍에서 개발하여 2016년에 FDA의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피 한 방울로 말라리아를 10분 만에 진단하는 키트도 국내 기업인 노을에 의해 2016년에 개발되었다.
◆세계 10대 기술에 선정!
'2017년 세계 10대 떠오르는 기술들'을 세계경제포럼(WEF)과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저널이 공동으로 발표했다. 향후 3~5년 내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넓게 퍼져나갈 기술들이 선정 기준이다.
선정된 10대 기술은 ▷암 진단을 위한 비침습 액체생체검사법(Liquid biopsy) ▷공기로부터 깨끗한 물을 획득하는 기술 ▷시각작업을 위한 딥러닝 ▷태양광 이용 액체연료 제조기술 인간세포 도감 ▷정밀농업 ▷환경친화 이동수단을 위한 저렴한 촉매 ▷게놈 백신 ▷공동생활권의 지속 가능한 디자인 ▷양자 컴퓨팅 등이다.
바로 여기에 첫 번째 기술로서 주삿바늘을 사용하지 않고 소량의 혈액을 뽑아서 암이나 여러 질병을 검사하는 액체생검법이 포함되었다. 이것은 피 속에 돌아다니는 암세포가 깨져서 생긴 DNA 유전자 조각을 찾아서 분석해서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살점을 떼어내어 조직검사를 하거나 비싼 영상장비를 사용한 검사 전에 먼저 피 한두 방울로 암이나 질병이 있는지를 간편하고 빠르게 검사해볼 수 있다. 검사 결과 병이 의심되면 정밀한 조직검사나 영상장비 검사를 하고 치료할 수 있다.
최근에 와서야 피 한 방울로 암이나 주요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이미 20년 전부터 이 분야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땀 흘리며 꾸준히 기술을 개발해왔다. 그 노력의 열매를 지금 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피 한 방울도 필요없다며 땀이나 눈물 또는 입김을 분석해서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피 한 방울을 둘러싼 첨단의료기술의 발전을 보면서 건강의 소중함을 새삼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