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고교 의대 진학 389명은 '거품'

입력 2018-03-26 00:05:04

2018학년도 지역大 203명 등록…전국 모두 합해도 260명 정도

대구지역 고교생들의 2018학년도 의학계열 진학자 수가 전년도보다 54명 늘어난 389명이라는 대구시교육청의 발표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매일신문이 대구 고교의 서울대 합격자 수 감소 폭이 전국에서 가장 크다는 보도(본지 12일 자 1'18'19면) 이후 시교육청은 지난 14일 "대구 상위권 학생들의 대거 의학계열(의예'치의예'한의예)로 진학해 서울대 진학이 줄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을 했다. 당시 시교육청이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대구지역 고교생은 올해 389명(수시 222명, 정시 167명)이 의학계열로 진학했으며, 전국 의학계열 정원 대비 대구 학생들의 점유율이 10.2%로 수능 지원자 점유율 5.2%보다 훨씬 높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발표한 '대구 고교 의학계열 진학 389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은 실제와 크게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매일신문 교육팀이 대구경북지역 5개 대학(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동국대 경주캠퍼스)으로부터 입수한 2018학년도 의예과, 치의예과 고교별 최종 등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구지역은 40개 고교에서 모두 168명이 등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올해 대구한의대와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한의예과 등록자 35명을 합해도 203명에 그쳤다. 대구경북대학 '의'치'한' 등록자는 전년도보다 16명 증가에 그쳤다.

여기에 서울과 전국 대학의 의학계열 진학 숫자를 더해야 전체 규모가 나온다. 주요 고교를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올해는 서울대 의예과가 6명으로 예년보다 늘었고 부산대는 6명이 등록했다. 이른바 '메이저 의대'는 10명 안팎으로 파악됐다.

진학전문 교사들은 "대구에서 서울권 의대로 진학하는 숫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한의예를 포함해도 전국적으로 50~60명 선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대구 고교생들의 올해 의학계열 진학자 수는 많아야 260명 선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입시업계 관계자들도 "정시 배치표상 의예, 치의예과 합격이 가능한 대구지역 석차는 130~150등 이내에 들어야 했다"며 "수시에서도 '3개영역 1등급' 이상의 의예과 수능 최저조건 충족 숫자와 한의예과를 포함해도 올해 대구의 전체 의학계열 등록자는 300명을 넘지 못한다"고 했다.

의학계열 성과 100여 명 이상 부풀리기로 대구시교육청은 진학지도 컨트롤타워 기능의 부재를 스스로 드러낸 셈이 됐다. 장학사들이 고교에 전화를 걸어 실적을 물었고, 일부 학교에서는 복수 합격자를 포함하는 실적을 보고한 것이다. 의학계 진학이 많은 한 학교는 무려 108명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교육청은 복수합격을 거르지 않고 실제 진학 숫자인 것처럼 공개했다. 대구 모 고교 진학부장은 "교육청이 고교의 진학 실태를 파악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 측은 실적을 마음대로 불러도 괜찮다고 여겼고, 과대포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매일신문의 고교별로 의학계열 진학자 수를 알려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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