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함께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설렘과 긴장감 속에서 '우리 아이가 또래들과 잘 어울려 즐겁게 유치원 생활을 할까?' '함께하는 여러 활동에서 뒤처지지 않고 행복한 유치원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한 자녀의 부모가 될 수 있을까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젠 여든이 아니라 백 살까지라고 고쳐야 할 형편이지만, 유아기는 인생이라는 집의 기초공사 기간입니다. 기초가 바르지 않으면 평생 부실하고 어렵게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행복한 자녀의 부모가 되려면 이처럼 중요한 유아기의 발달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심리학자이며 제네바대학 교수였던 피아제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인간의 발달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고, 각 시기에는 반드시 익혀야 할 과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제때 익혀야 할 것들을 놓치면 나중에는 효과가 떨어지거나 다음 단계에 익혀야 할 것들에 지장을 줍니다. 그렇다고 적기보다 서둘러도 흥미를 잃거나 자존감이 떨어져 무기력한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조기교육, 선행교육이 위험하며 발달에 따른 제때교육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 시기에는 가족과의 깊은 신뢰감 쌓기, 바른 생활습관 기르기, 친구들과 맘껏 놀이하기 등의 중요한 발달과제가 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아빠 엄마는 나를 믿어주고 사랑하는 사람'임을 알게 해 주며 '따뜻하고 충분한 피부 접촉'을 통하여 정서적 안정과 뇌 발달을 촉진시켜 주어야 합니다. 피부는 신경회로로 뇌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충분한 수면'으로 뇌 세포를 쉬게 하여 낮 동안의 기억들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보살피고, '아침밥 꼭꼭 씹어서 먹기'로 뇌를 자극하고 오전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게 해 주어야 합니다. '옷 입기·신발 신기·손 씻기·용변 보기' 등은 스스로 하도록 격려해 줍시다. 제 할 일을 스스로 해냈을 때 유아는 성취감을 맛보고 행복해합니다. '유치원에 늦지 않고 제시간에 등원하기'는 규칙을 지키고 친구들과의 아침 자유놀이에 몰입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으므로 무척 중요합니다. 행복한 자녀의 부모 되기 어렵지 않습니다. 아침밥 꼭 먹이고, 유아가 흥미 있어 하는 놀이를 충분히 할 수 있게 해 주고, 저녁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됩니다.
놀이는 참 중요합니다. 놀이를 할 때 유아는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사고하며, 협력과 배려를 경험하고, 창의성을 발휘합니다. 심리학자이며 시카고대학 교수였던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상태에서 판단력과 창의적인 사고력을 높일 수 있으며 행복을 경험한다'고 했습니다. 유아들은 맘껏 놀이할 때 몰입의 상태에 빠지고, 행복을 느낍니다.
유아들의 발달 속도에도 유의해야 하는데 발달 속도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 발달이 조금 늦다고 조급해하거나 실망할 필요도 없고, 조금 빠르다고 계속 앞서간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숫자를 쓸 줄 안다고 수 개념이 형성된 것은 아니며 4가 넷인지, 7이 일곱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자를 쓰고 읽는 것만으로 발달이 빠르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림책을 읽지는 못해도 그림을 보고 상상하거나 상상한 것을 표현할 줄 아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개인차는 있으나 그 나름대로 발전하는 모습을 격려해 주고 지켜봐 줄 때 자녀는 자신감을 가지고 행복하게 자랍니다.
2016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언급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지금 온 세상을 들썩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으로 대변되는 첨단의 시대에도 유아기 자녀의 인성과 창의성은 부모의 믿음 속에서 바른 생활습관과 놀이를 통하여 길러집니다. 자녀가 행복하기를 원하십니까? 마당에서, 텃밭에서, 숲에서 맘껏 놀이하며 자란 유아는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도 민감하게 대처하며 유능하고 행복하게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