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協, 상화문학제 통합 촉구, 주관단체·장소·슬로건 달라
민족시인 이상화를 기리는 '상화문학제'를 올해도 두 단체가 각자 따로 개최하게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족 저항시인 이상화를 기리는 상화문학제는 수성문화원(원장 윤종현)과 이상화기념사업회(회장 공재성)가 각각 2006, 2009년부터 시작했으나 대구문단과 각계의 줄기찬 요구로 지난 2014년 두 단체가 공동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상화 시인의 생일(5월 20일)을 전후해 개최하기로 했던 2014년 행사는 한 달 간격을 두고 따로 열렸다. 2015년 이후에도 수성문화원은 3일간 수성못과 상화동산에서, 이상화기념사업회는 2일간 이상화 고택과 청라언덕 등에서 상화문학제를 개최했다. 행사 시기를 겨우 맞췄으나 장소나 슬로건 등이 달라 어느 상화문학제가 진짜인지, 두 상화문학제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를 두고 시민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말로만 외친 통합에 이상화 시인을 현창하려는 취지는 퇴색했고 문학제의 위상은 반쪽으로 전락했다.
상화문학제에 들어가는 예산은 1억5천만원 정도다. 이상화기념사업회가 개최하는 문학제는 대구시 예산으로, 수성문화원이 개최하는 상화문학제는 문화원 자체 예산과 수성구청 지원으로 열리고 있다. 주관 단체 따로, 지원 기관 따로이다 보니 두 단체가 각자 행사를 열고 있는 것이다.
수년간 두 문학제를 통합하라는 여론과 통합을 위한 논의에도 통합은 지지부진하고 대구시와 수성구청은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다. 이와 관련 대구시인협회(회장 윤일현)는 지난 14일 오후 7시 대구 수성구 한 음식점에서 집행부와 역대 회장단 등 회원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인협회 제14대 출범식에서 이상화기념사업회와 수성문화원이 각각 개최하고 있는 상화문학제를 하나로 통합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장옥관 계명대 교수와 이기철 영남대 명예교수 등은 상화문학제 통합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상화기념사업회 공재성 회장은 "고택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두 단체가 충돌되지 않게 행사를 치를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소수의 집단을 위한 '상화'가 아니지 않으냐. 각자가 정체성을 살려서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기념사업회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상화문학제에 대한 논의를 했으나 새로운 대안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수성문화원은 문학세미나백일장축하공연유적답사시낭송대회 등을 중심으로 올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성문화원 윤종현 회장은 "수성문화원과 이상화기념사업회가 각각 문학제를 열기보다 대구시가 새로운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성문화원과 이상화기념사업회가 역할 분담을 하고 대구시민과 문인들이 참여하는 하나된 문학제로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당장 통합이 어렵다면, 우선 같은 시기에 성격을 다소 달리하는 행사를 개최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계와 문학계에서는 상화문학제의 통합을 위해 대구시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인협회는 상화문학제 통합촉구 성명서를 통해 "대구시와 수성구청을 비롯해 시민문학예술인 등이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문학제를 단일화 해야 한다"면서 "단일화를 통해 규모를 확대하고 대구를 넘어 명실공히 전국문학제, 세계의 문학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대구시는 "27일 대구문학관에서 대구시 상화문학제 담당자, 수성구청 담당자, 수성문화원, 이상화기념사업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대구문학관 관장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 '상화문학제 통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