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 왜군이 부산에 상륙해서 서울을 함락할 때까지 18일이면 충분했다. 그 이유는 서애 류성룡이 말한 것처럼 향토 단위 지역방어 전략인 진관체제를 버리고 중앙에서 파견된 장수가 군사거점지의 군대를 지휘하는 제승방략 체제를 고수했기 때문이었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격언이 생각날 뿐이다. 영국 식민지배로 제국주의의 위험을 경험한 간디는 외세의 지배가 종식되었다고 독립이 된 건 아니라고 봤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간디는 평소 '인도에는 70만 개의 마을이 있다'고 말하며, 70만 개의 마을이 고도의 자치를 누리면서 서로 느슨히 연결협력하는 '마을 공화국' 연합체인 인도의 미래를 꿈꾸었다.
또 풀뿌리 민중의 자립과 자치적인 삶을 통해서만 참다운 독립과 해방을 맞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근대 산업문명의 결과물인 대도시 중심의 압축 성장을 경계했다. 세계 역사상 유례 없는 고속성장으로 최빈국에서 세계 11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우리나라는 수출 주도의 성장정책과 규모의 경제에 입각한 중앙집권 시스템으로 경제성장의 모범사례로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현 체제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중앙에 집중시킴으로써, 1등만 살아남는 가혹한 '레드오션' 시장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결과 서울이 무너지고, 1등이 무너지면 나라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말았다. 마치 임진왜란 때 제승방략 체제처럼 말이다.
가격 경쟁에서는 중국에, 품질에서는 일본과 독일에, 시장 규모에서는 미국에 밀리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더군다나 장기 저성장에 접어든 시대의 국민 정서상 '낙수효과'에 기댄 논리는 허황된 약속으로 치부될 수 있으며 '동반성장'이라는 구호도 정치적 레토릭(Rhetoric)으로 폄하될 수밖에 없다.
현재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사무를 위임받는 수준이므로 필연적으로 중앙집권을 통한 승자독식주의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어느 지역이 정권을 잡느냐, 중앙 핵심 요직에 어느 지역 출신이 몇 명이냐가 지역의 성패로 좌우되고 있는 실정이다.
마키아벨리는 위기의 시간에 독재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나라는 일반적으로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멸망하게 된다고 말하였다. 탄탄한 지방정부가 많으면 중앙정부는 결코 무너질 일이 없다는 뜻으로 마키아벨리의 말을 재해석하고 싶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백성들의 부족함을 걱정하기에 앞서 모두에게 고루 나눠지지 못함을 먼저 걱정해야 한다"라는 뜻이다. 이제는 나눠야 할 때이다. 분권! 그 아름다운 이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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