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불 전쟁에서 독일에 패한 프랑스는 치욕을 만회하고 국력을 과시하고 싶었다. 에펠탑 건설은 그래서 시작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탑 높이 300m, 안테나 20m인 에펠탑은 1930년까지 인류가 만든 가장 높은 구조물이었고 당시 첨단기술의 집약체였다.
하지만 이 거대 구조물은 온갖 혹평과 비난에 시달렸다. '비쩍 마른 피라미드' '예술도시 미관을 해치는 흉물'…. 에펠탑 보기 싫다며 파리를 떠난 예술가도 있었다. 프랑스 대문호 모파상도 에펠탑을 혐오했다. 얼마나 에펠탑이 싫었으면 에펠탑 안 보이는 쪽에다 창을 낸 집에서 살았을까. 에펠탑 부근에 세워진 그의 동상도 에펠탑과 등을 진 채 서 있다.
원래 에펠탑은 20년만 존치된 후 해체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설계자 에펠의 끈질긴 설득과 송신탑으로 써먹을 수 있다는 군 고위층의 결정으로 간신히 살아남았고, 세월이 흘러 이제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명물이 됐다.
이처럼 공공미술은 예술성 수위 조절이 매우 어렵다. 많은 세금이 투입되는데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공장소에 설치되기 때문에 대중의 눈높이를 너무 앞서가서도, 파격적이어도 곤란하다. 최근 대구 달서구 진천동 상화로에 들어선 거대 조형물이 비슷한 이유로 논란에 처해 있다. 옆으로 누워 깊이 잠든 원시인 얼굴 조형물이다.
이 일대에서 구석기 유적이 대거 발굴되면서 달서구청이 이를 관광자원화하겠다며 5억원을 들여 만든 작품인데 길이 20m, 높이 6m의 압도적인 크기와 반쯤 땅에 묻힌 얼굴이 시선을 잡아맨다. '광고 천재' 소리를 듣는 대구 출신의 이제석 씨가 기획한 작품인데 "재미있다"는 반응도 있지만, "무섭다" "간판을 가려 영업을 방해한다"는 부정적 반응이 더 많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부정적 반응에 달서구청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렇다고 철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 달서구청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에펠탑 효과'다. '에펠탑 효과'란 에펠탑처럼 처음에는 미움을 받지만 오래 함께 지내다 보면 익숙해져 호감을 갖게 되는 심리적 기제를 일컫는 용어다. 계속 보면 정든다는 것이다. 달서구 원시인도 뜯어보니 후덕한 상(像)이다. 처음이라 낯설고 부담스럽더라도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세월에 맡겨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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