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이 웃기네, 피겨 악녀의 편파극
*해시태그: #토냐하딩 #실화 #마고로비 #피겨스케이팅 #괴물같은엄마 #엘리슨제니 #역시아카데미여우조연상
*명대사: "나는 한 번도 여성스러웠던 적이 없어" "미국은 사랑할 사람을 필요로 해. 그리고 미워할 사람도 필요로 하지"
*줄거리: 미국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토냐 하딩. 괴물 같은 엄마의 가르침에 독기를 품고 스케이트를 타는 그녀 앞에 낸시 캐리건이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하고,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한 선수권대회에서 '낸시 캐리건 폭행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온갖 스캔들의 중심에 서게 된 토냐 하딩이 올림픽에 설 수 있을지, 이 사건의 진위는 과연 무엇일지를 파헤쳐간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지만, 영화계에는 여전히 동계올림픽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우리는 썰매를 탄다'와 또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 '예스 평창' 그리고 미국 피겨 스케이트 선수 토냐 하딩을 극영화로 옮긴 '아이, 토냐'가 그 주역들이다. 이들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실제 선수들의 고군분투와 스포츠 역사에 남을 만한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아이, 토냐'는 1990년대를 풍미한 미국 피겨 스케이트 선수 토냐 하딩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다. 영화는 토냐 하딩과 그의 주변 인물들의 실제 인터뷰와 극을 오가며 진행된다. 'I, Tonya'라는 제목처럼 영화는 토냐의 입장에서 사건을 기술한 영화이므로 편파적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아예 감독은 애초부터 "직설적이고 반박의 여지가 가득한 실제 인터뷰를 바탕으로 함"이라는 문구를 오프닝 장면에 떡하니 박아놓고 시작한다. 예컨대 토냐 하딩 하면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낸시 캐리건 폭행 사건' 역시 토냐의 관점으로부터 재조명되고,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건이 미화되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 미리 스포일러하자면,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은 끝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모두에게 각자의 진실이 있을 뿐, 영화는 '나, 토냐'의 입장에서 그녀를 통해 바라본 이야기와 메시지에 따라 충실하게 펼쳐진다.
도대체 토냐 하딩은 누구이며 낸시 캐리건 사건은 무엇인가. 이들은 1990년대 피겨 스케이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이름이며, 처음 들어본다 해도 단연 흥미진진한 가십 거리일 테다. 1970년생인 토냐 하딩은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스케이트를 처음 탔으며, 다이앤 롤린슨 코치를 만나 본격적으로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토냐는 6개월 만에 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 정도로 피겨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 하지만 화장실을 가는 시간조차 아까워한 엄마에게 감시를 받으며 혹독한 연습을 견뎌야 했고, 악으로 깡으로 사는 법만 배웠다. 후에 토냐는 빙판 위만이 엄마의 학대와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고 기술할 만큼 그녀에게 스케이팅은 친구이자 집이자 학교였다. 어려서부터 트리플을 뛰었던 토냐는 고난도 기술인 트리플 악셀에 전념하여 이를 자신의 필살기로 연마한다. 그리고 1991년 대회의 여자 싱글 부문에서 미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트리플 악셀을 성공하며 1위를 한다. 같은 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 도전하여 다시 한 번 트리플 악셀에 성공하며 미국 피겨 스케이팅계의 1인자로 떠오른다. 괜찮은 실력임에도 의상이나 태도에서 튄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했던 그녀가 설움을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쾌거였다. 여러모로 1991년은 토냐의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해였던 것 같다. 선수로서 전성기를 맞았고, 첫사랑인 제프 길룰리와 결혼에도 골인했다.
안타깝게도 토냐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엄마의 학대로부터 벗어나고자 제프와 합쳤지만, 제프 역시 그녀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그녀는 훈련을 게을리하며 무분별한 삶으로 전성기를 종식시켰다. 얼마 안 가 1994년 피겨 스케이팅 경력의 끝이 도래한다. 릴레함메르올림픽을 앞두고, 토냐의 라이벌 선수였던 낸시 캐리건이 괴한으로부터 폭행당한 사건이 일어난 것. 당시 피겨 스케이팅은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종목이었으므로 국가적인 테러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며 이례적으로 FBI까지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그런데 용의자가 밝혀지며 미국은 다시 한 번 발칵 뒤집힌다. 용의자가 바로 토냐의 경호원과 전 남편 제프 길룰리였기 때문이었다.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토냐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지만, 미국 시민들은 토냐가 낸시 캐리건을 질투해서 이 같은 일을 사주한 것으로 보고 그녀를 맹비난했다.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발뺌해도 평소 사고를 많이 쳤던 토냐를 믿어줄 사람은 없었다.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자 토냐는 빙상연맹을 고소할 것이라고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 생각보다 부상이 심각하지 않았던 낸시 역시 국민의 여론으로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게 되고 은메달을 거머쥔다.
한편 토냐는 최종 8위를 한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은메달을 딴 낸시는 국민의 성원을 얻고 토냐는 볼썽사나운 악녀로 전락하게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올림픽이 끝나자 시작된 재판에서 3년의 집행유예, 500시간의 사회봉사, 10만달러의 벌금형, 그리고 빙상계에 영원히 설 수 없는 추방을 선고받는다. 평생 스케이팅밖에 모르고 살아온 그녀에게 영구 제명은 감옥살이보다도 끔찍한 판결이었다. 어떻게든 살아야 했던 토냐는 프로 레슬러로, 프로 복서로 전향하여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영화는 마지막에 복서로서 펀치를 맞고 피를 튀기며 다운이 되는 순간에 그녀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던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는 순간을 교차로 보여주며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시킨다.
토냐 하딩으로 분한 마고 로비는 아이스하키 아마추어 선수 출신으로 50초가량 대역 없이 스스로 스턴트를 거뜬히 해냈다. 물론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트리플 악셀 장면은 정교한 CG의 결과다.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는 선수가 거의 없기도 하고,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이 다칠까 봐 나서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다른 점프보다 반 바퀴를 더 회전하는 트리플 악셀은 현재까지도 최고난도 기술이다. 엔딩 크레디트에 실제 토냐 하딩의 경기 모습이 나오는데, 점프 기계처럼 튀어오르는 점프력과 지치지 않는 그녀의 스태미나에 감탄하게 된다.
토냐 하딩의 인생 스토리는 척박하지만 영화는 지루할 틈 없이 웃기고 재미있다. 감독은 토냐 하딩의 반항기, 용기, 열정, 희열의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모큐멘터리 구성을 기본으로 박복했던 삶을 우중충하지 않게 블랙코미디를 섞고, 때로는 제4의 벽까지 허무는 독특한 스타일로 영화를 완성했다. 파란만장했던 토냐 하딩의 인생, 결국 그녀의 삶은 영화가 되어 재탄생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듯하다. 인생, 끝까지 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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