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중단 결정, 병원은 제때 모른다…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 달째

입력 2018-03-15 00:05: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대구 시민 172명 의향서 등록, 정보 조회 시스템 구축 안돼

임종기에 접어든 환자의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40여 일이 지났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아직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사전에 연명의료 중단 의향을 밝힌 이들의 정보를 조회하는 시스템 교육이 미비한데다,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윤리위원회를 갖춘 병원도 일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인 대한웰다잉협회 대구시지회와 대구의료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12일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대구 시민은 172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명의료중단 의향을 밝힌 이들의 정보를 조회하는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사용 매뉴얼이 없거나 관련 교육이 부족한 게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전에 활용되던 '심폐소생술 거부'(DNR)' 정보를 연명의료정보시스템에 옮겨야 하는데, 두 시스템이 잘 호환되지 않아 많게는 1천 건 이상 수작업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시내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을 구축'처리할 인력이 부족하고 인명을 다루는 데 따른 부담도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할 윤리위원회 구성도 늦어지고 있다. 현재 대구시내에 윤리위원회를 구성한 병원은 대구의료원,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영남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등 5곳에 불과하다. 윤리위원회가 없는 병원은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더라도 연명 의료 중단에 제한을 받는다.

제도상 허점도 여전하다. 환자 관련 단체들은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밝히기 전에 임종기에 들어갈 경우 환자 대신 동의를 구해야 하는 가족의 범위가 너무 넓다고 지적한다.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에 해당되는 모든 가족의 동의를 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 가족들이 반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

대구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정보 구축'활용 등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만 가족의 임종에 따른 직계 존'비속이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직 정서에 맞지 않다"고 털어놨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동의 대상을 2촌 이내 가족으로 하되 2촌 이내 가족이 없는 경우 직계 존'비속의 동의를 구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관계자는 "전국 병원을 돌며 연명의료정보시스템을 교육하는 한편, 각 의료기관에 연명의료 도입'확대를 설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