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의 자동차로 떠나는 세계여행] 폴란드 아우슈비츠·체코 프라하성

입력 2018-03-15 00:05:00

아우슈비츠 섰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철조망. 아우슈비츠에는 모두 3개의 수용소가 있다. 전쟁 막바지까지 이 세 곳의 수용소에서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당시 나치의 법으로는 그게 합법이었다고 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철조망. 아우슈비츠에는 모두 3개의 수용소가 있다. 전쟁 막바지까지 이 세 곳의 수용소에서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당시 나치의 법으로는 그게 합법이었다고 한다.
프라하 구 시청사의 시계탑에 올라가서 본 프라하 전경. 천년 고도인 프라하. 우리는 프라하(PRAHA)라고, 영어로는 프라그(PRAGUE), 독일어로는 프라크(PRAG)라고 한다. 이름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동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을 꼽았다.
프라하 구 시청사의 시계탑에 올라가서 본 프라하 전경. 천년 고도인 프라하. 우리는 프라하(PRAHA)라고, 영어로는 프라그(PRAGUE), 독일어로는 프라크(PRAG)라고 한다. 이름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동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을 꼽았다.

철조망'빈 독가스 통'녹슨 안경들…

형언하기 힘든 전율에 소름이 오싹

일상적인 내일은 얼마나 소중한지

동유럽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프라하

600년 된 시계탑 위 풍경은 장관

천년 넘은 프라하성은 진정한 보물

폴란드 남부의 오슈비엥침을 찾아갔습니다. 오슈비엥침의 독일식 발음은 '아우슈비츠'입니다.

◆꼭 보아야 할 비극의 현장 아우슈비츠

'일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수용소 정문 위에 쇠로 글자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저 문구를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망을 가졌을까요. "하루빨리 자유로워지리라 희망하며 저 문을 들어섰는데, 불과 며칠 만에 하루빨리 죽기를 희망하게 되었다"는 어느 유대인 생존자의 글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수용소에서 '희망' 말고 가질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었을까요. 과중한 노동과 열악한 환경, 형편없는 식량, 게다가 생에 대한 지독한 상실감과 박탈감으로 목숨조차 오래 유지할 수 없었으며, 수용소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죽음뿐이었다고 합니다.

수용소 전체가 아우슈비츠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28동이나 되는 적벽돌 건물이 바둑판처럼 늘어서 있고 70년을 훌쩍 넘는 세월이 흘렀으나 건물 사이와 울타리에는 아직도 감시초소가 살벌한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습니다. 두 겹, 세 겹의 고압 전기 철조망을 보는 것만으로도 전신에 소름이 오싹 끼쳤습니다.

진열장 안에 '사이클론 B 독가스' 빈 통이 수천 개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독가스 한 통으로 400명의 유대인을 살해했다고 합니다. 가스를 들이켠 유대인들이 20분 넘도록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죽어갔다고 합니다.

어떤 부스에는 크고 작은 낡은 가죽 가방들만 가득 전시되어 있습니다. 유대인 한 사람이 가방 한 개만 지참하도록 했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의 소유물 중 가장 의미 있고 소중한 것만 담아왔을 테니 분류하기도, 착취하여 현금화하기도 쉬웠을 겁니다. 녹이 슨 안경으로 가득 채워진 부스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작은 안경도 많이 보였습니다. 남자용, 여자용, 어린이용 신발로만 채워진 전시장도 몇 칸이나 있습니다. 세면도구로만 채워진 전시실, 입고 왔던 의류를 모아둔 부스, 심지어 치아만 따로 전시한 부스도 있습니다. 역사의 산 현장이지만 너무 혐오스럽고 소름이 끼쳐 사진을 찍기도 싫었습니다. 그 현장에 서 있으니 형언하기 힘든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흘렀습니다.

많은 지인들이 아우슈비츠엔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음산하고 무섭고 우울해진다고. 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꼭 여기 와서 내 눈으로 그 참혹하고 잔혹한 현장을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곳에서 절망하며 사그라진 유대인 입장을 생각하니 '우리가 하루에 몇 번씩이나 힘들어 죽겠다고, 미워 죽겠다고, 보기 싫어 죽겠다고, 심지어 바빠 죽겠다고 하는 게 얼마나 큰 사치이고 행복인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잘 와보았다고 생각합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산다는 것이, 또 일상적인 내일을 맞이하는 당연함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절실히, 감사하게 깨달은 수용소 방문이었습니다.

◆전통의 강국 체코

슬로바키아를 거쳐 체코로 넘어갑니다. 예전엔 하나의 국가였으나 1993년 우여곡절 끝에 국민투표를 거쳐 분리 독립하였습니다. 유럽 내륙 한가운데 자리한 체코는 해안선이 없습니다. 대신 독일,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참 많이 싸웠겠구나'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체코는 일찍부터 중공업과 경공업이 고루 발달한 나라입니다. 1차 대전 후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로부터 많은 공업 기반을 전해 받은 체코는 2차 대전 무렵에는 이미 세계 10대 공업국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자동차를 대량 생산한 회사가 체코의 '타트라'입니다. 1934년에 시속 150㎞/h로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생산했으며, 그 유명한 독일의 딱정벌레차도 원래 이 회사 디자인이었습니다. 이를 도용했다가 훗날 엄청난 디자인 배상금을 지불했습니다.

이런 공업적 지위 덕택에 전쟁 중에도 체코는 독일의 공습을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히틀러는 처음부터 체코의 공업 기반을 군수물자 생산기지로 활용하려고 작전을 세웠다고 합니다. 전쟁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체코 경제는 종전 후 기계류와 무기류, 기타 철강 소비재를 수출하며 호황을 구가하게 됩니다.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1948년 유대인의 영토 문제로 1차 팔레스타인 전쟁이 발발합니다. 며칠 만에 UN이 개입하여 휴전이 되고 이때 양측은 서방의 무기시장에서 경쟁적으로 무기를 구입합니다. 이스라엘은 국제 무대의 유대인들 도움으로 우수한 체코제 무기를 대량 구입합니다. 다시 전투가 시작되고 이스라엘군이 전쟁의 주도권을 잡게 됩니다.

1960년대에 이미 체코제 경기관총은 45구경 콜트권총보다 조금 더 큰 크기에 무려 20발을 장전할 수 있는 탄창, 200m에 달하는 유효 사거리, 견착 사격이 가능한 접이식 개머리판 등으로 마피아가 가장 선호하던 무기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국제 무기시장에서는 소총과 야포 등 체코의 무기가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철광, 석탄, 망간 등의 관련 지하자원도 풍부하여 스위스 오스트리아와 함께 시계를 비롯한 정밀 기계공업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프라하 구 시청사의 시계탑

천년 고도인 프라하. 우리는 프라하(PRAHA)라고 하고 영어로는 프라그(PRAGUE), 독일어로는 프라크(PRAG)라고 합니다. 이름과는 상관없이, 많은 여행전문가들이 동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입을 모읍니다.

프라하 관광의 하이라이트인 구 시청사 광장을 찾았습니다. 프라하에 오면 누구나 찾는 시계탑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시계탑은 매 정시마다 아름다운 종소리와 함께 시계탑의 작은 창이 열리고, 성경의 12사도 조각상이 시계 주위를 회전합니다. 단지 몇 초에 불과한 이 동작을 보려고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듭니다. 15세기 초에 만들어 600년이 지났으나 처음 형태 그대로 작동되고 있다고 하니 직접 보면서도 도무지 믿기지 않을 지경입니다.

시계탑 위에서 내려다보는 프라하 시가지도 참으로 장관이었습니다. 어느 쪽을 둘러보아도 스카이라인을 해치는 고층 건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세 때부터 자리하고 있어온 양 형형색색의 오래된 건물들이 제각각 다른 외양만큼이나 역사와 사연을 뽐내는 듯이 시가지 끝까지 야트막하고 평화롭게 지평선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프라하성

프라하에 나흘간 머물며 프라하성의 놀랍고 멋진 모습을 보려고 매일 찾아갔습니다. 프라하성은 과연 체코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며, 여러 방면에서 유럽에서 손꼽히는 성입니다. 성만 보아도 체코의 옛 영화는 지금보다 훨씬 대단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9세기 말부터 무려 900년 동안 공사를 하다 보니 건축 양식도 시대 조류에 따라 처음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시작하여 고딕 양식도 추가되고 르네상스 양식도 가미되어 복잡 미묘합니다. 흔히 '천 년의 역사'라고들 말하지만 이 성은 실제로 천 년이 넘어 천백 년이 보증된, 진정한 프라하의 보물이었습니다.

http://blog.naver.com/feelyoume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