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보다 명예 퇴진 길' 택한 진영환 대구상의 회장 지난 3년간의 소회

입력 2018-03-15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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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위상, 대한상의서 높아져…기업 어려움 풀 기회도 늘어"

진영환 대구상공회의소 제22대 회장은 정직함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지난 3년간 대구 경제계를 이끌어왔다. 그는 경제계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진영환 대구상공회의소 제22대 회장은 정직함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지난 3년간 대구 경제계를 이끌어왔다. 그는 경제계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진영환(71) 대구상공회의소 제22대 회장은 인터뷰를 거듭 사양했다. 남들에게 자기 자랑을 하는 것 같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동안 해온 일을 밝히고 앞으로 대구상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조언하는 것은 회장으로서 공적인 임무라고 설득한 끝에 인터뷰에 응했다. 알아주지 않더라도 맡은 일을 묵묵히 한다는 진 회장의 평소 소신을 엿볼 수 있었다.

임기를 열흘 앞둔 지난 9일 대구상의 접견실에서 진 회장을 만났다. 2015년 3월부터 대구 경제계를 이끌어온 그는 '신뢰'를 강조했다. 정직함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대구상의를 이끌면서 이를 실천했다. 지역 경제의 미래를 위해 현안마다 앞장섰고, 사회공헌활동에도 열심이었다.

진 회장은 지난달 19일 연임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5년 선출 과정에서 양보를 받았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 명예로운 퇴장의 길을 택한 것이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평소 소신대로 연임에 연연하지 않고 합의 추대라는 전통을 지켰다. 마지막까지 신뢰를 몸소 실천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3년간의 임기가 끝나간다. 대구상의를 이끌어 온 소회가 어떤가?

▶3년이라는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 처음 취임할 때 생각하고 약속했던 모든 것들을 다 이루지 못했지만, 대구상공회의소와 지역 경제에 여러 가지 기여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큰 보람을 느낀다. 또한 상공의원을 비롯한 회원 기업들의 성원 덕분에 임기 동안 큰 과오 없이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데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취임 때 소통을 강조했다. 그동안 어떻게 소통해왔나?

▶상공인들이 더 자주 만나고 또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상공회의소를 만들고 싶었다. 이를 위해 우선 상의 내 위원회별로 활동을 많이 펼칠 수 있도록 했고, 지역 기업들이 상공회의소를 편안하고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또 각종 행사나 지역 기업이 모이는 자리에 기꺼이 참석했고, 언제든지 의견이 있으면 찾아와 달라고 말하곤 했다. 의견을 나눌 기회를 자주 만든 덕분에 상공회의소 사무처 직원들과는 선배로서 친밀감이 많이 생겼다.

-대구상의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약속했다. 대구상의가 어떻게 달라졌나?

▶사무처 직원들과 격의 없이 자주 만나 허심탄회하게 소통함으로써 상의 사람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도록 했으며, 스스로 참여하고 실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노력했다. 그 결과, 회비 수입이 조금씩 늘어났다. 특히 보조금 수입과 수익사업 수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직원들의 노력으로 상의 자립 기반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고, 기업들에 더 나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대외적으로는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2'28학생운동의 국가기념일 지정 등 지역 현안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임기 중에 가장 중점을 뒀던 사업이 있다면?

▶지역 경제의 미래가 달린 사업들에 공을 들였다. 또 대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제 교류 업무를 확대했다. 대구는 지금도 미래를 위해 친환경자동차나 자율주행차, 로봇산업, 사물인터넷 등 여러 분야에서 투자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신성장동력 조성에 상의가 힘을 보태고 함께 보조를 맞추려고 노력했다. 베트남과 인도 등 신시장 개척에 목마른 지역 기업들을 위해 해당 국가 상의와 지방정부 등과 교류를 확대했다.

-상의 회장으로서 가장 보람 있었던 활동이 있다면?

▶대한상공회의소 내에서 대구상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대한상의에서 추진하는 여러 사업에 대구상의가 매우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그 결과 대통령 해외 순방이나 정책 간담회와 같은 중요한 행사에 대한상의가 대구상의를 항상 배려하고 우선적으로 초청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현안이나 기업의 어려움을 보다 가까이에서 전달할 기회가 늘어났다.

-미처 마무리하지 못했거나, 아쉬운 과제가 있다면?

▶부족했던 산업 용지 문제를 해소했지만, 기업 유치라는 과제가 남았다. 테크노폴리스에는 많은 기업이 입주해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국가산업단지의 경우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임기 내에 국가산단의 발전한 모습을 보지 못했다. 자율주행차나 친환경차, 로봇산업, 물산업 같은 미래 첨단산업에 지역 기업의 참여가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회원 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공헌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해왔나?

▶대구에는 오래전부터 사회공헌을 하는 기업이 많았다. 그러나 자랑하거나 알리기를 꺼리는 문화가 있어 시민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바꾸고 더 많은 기업을 사회공헌활동에 동참시키고자 대구상의에서는 지난 21대부터 사회공헌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 내 초'중'고교생에게 악기와 인문도서 기부활동을 펼쳤고, 난방비와 긴급물품 지원, 의료비 지원 등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상공의원들이 매월 돌아가면서 무료급식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경제 분야 이외에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이고, 대구상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방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현안이다. 이 두 가지는 결국은 경제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 모든 정보와 자본, 기술이 집중되다 보니 지역은 기업하기도 쉽지 않고 일자리도 줄어들면서 소득이나 생활수준도 함께 어려워졌다.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제대로 된 하늘길을 여는 국제공항을 건설하고, 투자와 기업 유치에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지금 대구시가 추진하는 신성장산업들이 규제 해소와 지원 확대를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상의 차원에서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해야 할 것이다.

-대구상의는 1906년 출범 이후 올해로 112년 역사를 지니고 있다. 앞으로 100년을 위해 마지막 당부할 내용이 있다면?

▶대구상의가 긴 역사를 이어 온 바탕에는 국채보상운동의 시대정신과 선배 상공인들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다. 대구상의가 만들어 온 112년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잘 계승하고, 미래의 후손들에게 더 큰 유산으로 남겨줄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해 주실 것을 후배 상공인들에게 부탁드리고 싶다.

◇진영환 대구상의 회장은?

1947년 대구에서 태어난 진영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1974년 건국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고려대 경영대학원과 서울대 공과대학 최고산업전략과정(AIP)을 수료했다. 2015년 3월 대구상의 회장에 선출됐고,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도 맡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과 대구시 양궁협회와 배구협회, 축구협회의 부회장, 한국독일 교류협회 회장,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이사장, 대구새마을회장, 대구경영자협회장, 대구경북발전동우회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진 회장은 대구의 대표 중견기업인 삼익THK 대표이사 회장을 겸하고 있다. 삼익THK는 1960년 삼익공업사에서 출발했다. 철공용 줄을 생산'판매하던 삼익공업사는 1991년 일본 THK와 합작투자'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업종을 다각화했다. 삼익THK는 현재 자동화장비 분야 국내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진 회장은 무엇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2000년 신노사문화 우수기업 선정 노동부 장관상과 성실한 납세의무 이행으로 재정경제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후에도 우수자본재 개발 유공자 선정을 비롯해 마케팅 혁신상품 대상, 한국윤리경영대상 투명경영부문 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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