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권력 가지고 '무소불위' 위·탈법 판치는 구조적 허점…삼권분립·분권 개헌 해결책
이명박 전 대통령마저 결국 불려나왔다.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14일 검찰에 소환된 것이다. 재판이 진행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1980년대 이후 취임한 전직 대통령 가운데 5명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보기 드문 성공국가이지만 대통령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권분립이 아니라 대통령에게만 권력이 집중된 구조적 허점으로 인해 위'탈법이 대통령 본인과 주변에서 사라질 수 없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가운데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은 사람은 모두 5명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서는 처음으로 피의자로 입건됐다. 최순실 씨와 '문고리 3인방', 일부 친박 실세들에 의해 대통령의 권력이 악용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에게는 징역 30년의 중형이 구형됐다.
고(故) 노무현, 노태우 전 대통령도 전형적 권력형 비리인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2시간가량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4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두 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고, 2천358억원에 이르는 뇌물 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수감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조사를 거부하다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돼 강제로 연행된 뒤 구속됐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외환위기와 관련, 다음 해 참고인 신분으로 서면 조사를 받았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인 2003년 대북 송금사건 특별검사 수사 선상에 올랐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특검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하면서 직접 조사는 받지 않았다.
이처럼 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 포토라인에 연이어 서는 비극적 상황과 관련, 전문가들은 후진국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권력 구조 때문이라는 일관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선진국이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통령제 구조를 유지하는 미국'프랑스 등도 대통령에게 법률제한권조차 두지 않는 등 분권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후진적인 제3국가의 권력형 모델을 고수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장용근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개헌 관련 토론회에서 "현행 대통령제는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어 민주주의 기본 이념이 제대로 관철되지 않고 있다"며 "70년간 이어온 엘리트 정치체제를 보완하는 의미에서 국민발안제 같은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확대하고 정권으로부터의 권력 축소 언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기 지방분권리더스클럽 회장(경북대 교수)은 "대부분 선진국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고 일부 국가에 상징적 통치자인 왕이 있으나 삼권분립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다. 문명국가치고 한국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런 구조에서 권력이 지방으로 이양되더라도 제왕적 지방권력이 되기 때문에 결국 주민 자치에 의한 의사결정권 강화 같은 제도가 분권 개헌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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