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고관세 일방 부과 방침
후버·아들 부시도 실패한 정책
자국 산업 보호 단기적 효과뿐
자유무역체제 흔드는 교각살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외국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일방적인 관세부과 방침을 밝히자 유럽과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 방침으로 맞대응에 나서는 등 세계 무역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침은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강한 저항과 우려를 자아낸다. 백악관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이 반대하며 사직했고,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다수 의원도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폴 크루먼 뉴욕시립대교수 등 저명한 교수들도 이번 조치가 제2의 대공황을 초래할 수 있다거나 모든 국가를 더 가난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방침을 철회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11월에 있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에 기여한 '러스트벨트'(Rust belt) 근로자에 대한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다. 러스트벨트는 미국 동북부 일대 지역으로 19세기 철강·자동차산업으로 미국 경제의 호황을 이끌었으나 지금은 경쟁력 약화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지역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최근 조선업 불황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울산·거제 같은 경남 해안지역이 '한국판 러스트벨트'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러스트벨트 근로자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조치가 미국 경제나 미국 국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느냐이다.
자유무역론자의 관점에서 보면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 지역의 경제를 부활시키려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거나 경쟁력을 잃은 산업을 포기하는 대신 새로운 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두 가지 방법 외는 선택지가 없다. 따라서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취한 보호무역조치는 러스트벨트 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지속 가능하지 않고 미국 경제 전체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과거에도 미국은 정치적인 이유로 수입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인상을 추진했지만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30년 미국 후버 대통령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매기자 유럽 국가들이 이에 맞서 관세를 올림으로써 세계교역이 급격히 위축돼 대공황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또한 2002년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중간선거를 앞두고 수입 철강제품의 관세를 인상했다가 자국 내 철강소비업종에서 일자리가 20만 개 사라지고 상대국의 보복관세마저 초래해 21개월 만에 관세 인상을 철회한 적도 있다.
세계 각국은 1930년대 대공황의 악몽에서 벗어난 뒤 1947년에 자유무역체제인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을 출범시켰고, 1995년에 세계무역기구(WTO)로 대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지난 70년간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자유무역체제를 흔드는 '교각살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앞으로 중국·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에 밀려 조선, 철강, 화학, 자동차 등 주요 산업 분야가 경쟁력을 잃을 경우 이들 산업이 밀집된 지역이 러스트벨트로 전락할 수 있다. 하지만 초강대국인 미국처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관세 방망이를 휘두를 처지는 못 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일자리 측면에서 국내 산업 전반에 대한 심층분석을 통해 신산업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산업구조로는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고 청년·여성·노인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창출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
또한,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저임금과 과도한 근로시간에 의존해 하청·협력업체 쥐어짜기식의 수출 경쟁력 유지방식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워졌다. 영국의 경우 한때 자동차산업과 같은 제조업이 번성했으나 경쟁력을 상실하자 금융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왔고 최근에는 핀테크산업을 새로운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말뫼의 눈물'로 우리에게 알려진 스웨덴의 말뫼시도 조선업 불황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신재생에너지와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한 친환경 에코시티로 탈바꿈시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들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러스트벨트 발생 가능 지역에 대한 선제적 대응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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