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직격탄 맞은 성서산단, 대구 성장 엔진 꺼질라

입력 2018-03-13 00:05:00

성서산업단지(이하 성서산단)에 불 꺼진 공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극심한 불황과 기업 환경 악화로 폐업이 속출하고 가동률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대구 경제의 핵심 축이자 성장 엔진인 성서산단이 활기를 잃어가면서 안 그래도 어려운 지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1984년에 조성된 성서산단은 지역 경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굴지의 대기업은 없지만 입주업체들의 총생산액은 지난해 말 기준 16조4천억여원으로 대구 총생산액(GRDP)의 30%를 넘는다. 그런데 이런 성서산단에 위기 경보음이 들린 지는 이미 꽤 됐다. 지난해 말 현재 가동률은 72.4%로 국내 산단 평균 가동률(73.5%)보다 낮다. 경영을 포기하는 사업장이 속출하면서 성서산단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등록된 공장 매물만 20여 개나 되고, 산단 내 공장부지 땅값도 지난해보다 3.3㎡당 100만~200만원씩 떨어졌다고 한다.

입주 기업 수는 늘어나는데 근로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기존 업체들이 사업을 접고 떠난 부지를 쪼개기식으로 분할해 영세업체들이 들어서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게다가 기존 업체가 떠난 자리에 도소매업, 가상화폐 채굴업체 등 산단 조성 취지에 맞지 않는 업체들이 불법 입주하는 일마저 빚어지고 있다. 중소'영세 기업이 많은 성서산단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기조와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 부품 및 섬유업종 비중도 너무 커 해당 업종의 불황 외풍에 취약한 데다 산단 내 업체 간 출혈경쟁도 심각한 상황이다.

문제는 해법이 잘 안 보인다는 점이다. 대구시도 성서산단의 구조를 고도화하겠다고 누차에 걸쳐 밝혔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었다. 시가 실속 없는 '산토끼 잡기'(외지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인 사이 '집토끼'(역내 기업)들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거나 떠나가는 형국이다. 성서산단의 위기는 대구 경제의 위기와 직결된다. 성서산단을 살리는 민관의 이인삼각 플레이가 절실한 것은 그 때문이다. 업계도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어야 하고, 대구시도 역내 기업이 떠나지 않도록 특단의 지원책을 발굴해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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