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셔츠의 팔순 어르신들 "음악이 곧 건강"
"80대 어르신들이 모여 음악을 즐기면서 건강을 챙기니 정말 보람있어요. 한 달에 4차례 이상 공연을 통해 시민들에게 고운 선율도 전해요."
5일 대구 달서구 이곡동에 있는 음악연습실.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 9명이 모였다. 빨간 셔츠에 하얀 단복을 입고 핑크빛 모자를 쓴 어르신 9명은 반주기의 리듬에 맞춰 '삼천포 아가씨'를 합주하고 있다. 연주단장이 기타를 치며 키를 잡고 단원 5명은 색소폰, 단원 3명은 하모니카를 각각 불고 있다. 모두 왼발로 박자를 맞추는 어르신들의 얼굴은 진지하기만 하다. 맑은 통기타 음색과 감미로운 색소폰 소리, 애잔한 하모니카 소리가 합해져 멋진 하모니를 이뤘다. 이들은 예사랑 사운드 연주단으로 도시철도역에서 열리는 정기공연을 앞두고 호흡을 맞추고 있다.
예사랑 사운드 연주단은 2012년에 창단됐다. 교육자 출신 9명이 음악을 통해 건강을 지키고 외롭고 쓸쓸한 도시민들에게 아름다운 사랑의 음악을 전하기 위해 결성했다.
악기는 통기타, 색소폰, 아코디언, 하모니카로 구성돼 있다. 매주 목요일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 용산역 등에서 연주봉사를 하고 있다. 반월당 지하상가 메트로센터 광장에서도 월 1회 연주를 하고 있다. 또 비정기적으로 요양병원, 장애인 시설 위문 공연과 함께 광복절 행사, 약령시 행사 등에서 초청공연도 하고 있다. 독주 연습은 각자 하고 합주 연습은 매주 월요일 연습장에 모여 화음을 맞추고 있다. 공연은 2시간 정도이며 독주, 합주 등 30곡 정도 한다. 곡목은 시민들이 즐겨하는 전통 가요가 대부분이다. 예사랑은 대구문화재단 후원 생활문화 활성화 네트워크 프로젝트 공연에서 우수팀에 뽑히기도 했다.
"2016년 범어역 광장에서 열린 광복절 70주년 기념 축하 연주회가 가장 가슴 벅차요. 연주를 하는 동안 관람객 200여 명이 태극기를 흔들며 함께한 감동적인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예사랑 멤버들은 각자 수백곡을 연주할 만큼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다. 중구의회 초대 의원 출신 김상수(82) 대표는 테너 색소폰을 불고 예쁘면서 고운 음을 내는 게 특징이다. 교장 출신의 황도호(83) 연주단장은 기타를 치면서 합주 연습의 책임을 맞고 있다. 테너 색소폰을 부는 김규효(80) 단원은 한국전례원 주례 전문 교육 수료 후 20년간 700쌍에게 주례봉사를 했다. 알토 색소폰을 부는 김해용(80) 단원은 음향기기 조작, 설치를 도맡고 있다. 알토 색소폰을 부는 김용덕(81) 단원은 기타와 합주로 아코디언 연주를 아주 잘한다. 알토 색소폰을 부는 우상화(80) 단원은 사회를 맡고 있으며 건강, 시사, 노래에 박식해 '예사랑 송해'로 불린다. 달서시니어클럽 경력 10년을 가진 안두환(81) 단원은 하모니카를 잘 불고 특히 가곡 연주에 뛰어나다. 재무를 담당하는 권영호(80) 단원은 하모니카 6개조 음정을 연주하고 가요, 동요를 잘 분다. 하모니카를 부는 김영규(80) 단원은 9년째 주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예사랑 단원 모두는 대구문화재 지킴이 활동도 하고 있다. 예사랑은 올해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한다. 용산역과 반월당 공연을 각각 월 2회로 늘리고 위문 공연, 초대공연 행사에 모두 참여하고 다른 팀과의 공동연주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김상수 대표는 "단원들이 80대 고령이지만 음악을 통해 모두 건강하게 살아 매우 보기 좋다"면서 "대구 사회의 세대 공감 공동체 형성과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해 연주봉사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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