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다리 잡고 삐약삐약, 꿍따라 닥다 삐약삐약!'
과거 일요일 밤, MBC의 '웃으면 복이 와요'가 있었다. 희극 배우 이기동이 출연했는데 '닭다리~'는 삶에 지친 국민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그의 전유물 대사였다. 크지 않은 키였기에 별명(別名) 또한 '땅딸이'였을 터이다. 이기동만 그렇지 않았다. 당시 활동한 배삼룡, 구봉서, 서영춘 같은 희극 배우 역시 다른 호칭이 있었다. '비실이'와 '막둥이', '살살이'라는 별명이다. 당시 그런 별명에는 국민들의 애정이 담겼으리라.
별명은 여러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불려지기 마련이다. 별명에는 그 사람의 평소 행적과 삶의 흔적은 물론 신체적인 외모, 그를 다른 사람과 구분 짓고 특징지을 어떤 요소를 갖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옥살이 신세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흔히 '수첩공주'로 소개됐다. 정치 현장에서 마주하는 숱한 일과 사람, 조언과 말에 대해 꼼꼼하게 수첩에 적곤 했던 사실을 바탕으로 얻은 별명으로,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지만 수첩에 적힌 특정 인물을 주로 쓴다는 부정적인 비판도 그래서 나오게 된 까닭이다.
신체의 특징을 드러낸 별명은 조심스럽다. 듣기 좋아 괜찮을 수도 있지만 흔히 그렇지 못해서다. 미국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이 지난해 트위터에 김정은에 대해 "나는 그를 '땅딸보'라 부르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자연스레 '김정은=땅딸보'로 부른 셈이다. 김정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노망 난 늙은이'라고 맞받았다. '트럼프=노망 늙은이'의 등식이 생긴 꼴이다. 서로 껄끄러운 외모와 나이를 빗댄 만큼 볼썽사납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는 옛말이 떠오르는 독설(毒說)이다.
그런데 이런 두 독설가의 공통점이 여럿이다. 부자이고, 최고 권력자이며, 말이 거침없으며, 돌발적인 결정으로 '한 방'에 승부를 거는 듯하다. 평창올림픽으로 남북 평화를 위한 남북 대화 등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구상'에 대한 김정은의 4월 남북 정상회담 제안과 5월 김정은과의 정상 만남을 수용한 트럼프의 행적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런 파격의 김정은이라면, 최근 동아일보의 "김정은은 특사단과의 만찬에서 스스로를 '땅딸보'라고 칭하며 농담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에 청와대가 오보라며 "한반도 긴장 완화 분위기를 해치는 보도를 삼가 달라"고 발끈한 일은 쓸데없는 걱정일 듯하다. 김정은의 거침없는 파격으로 '땅딸보'의 앞으로의 그림이 어찌 그려질지 무척이나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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