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경 대구경북학숙 조속 건립해야

입력 2018-03-12 00:05:00

'재경 대구경북학숙'(이하 대경학숙) 건립사업이 최근 이슈화되고 있다. 대경학숙은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는 대구경북 출신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로, 지역 출신 인재 육성과 서민 자녀 교육지원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었다.

이 사업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경북만 재경학사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류목기 재경 대구경북시도민회 회장과 지역 유지들의 숙원사업이다. 류 회장이 발 벗고 나섬에 따라 올 연초 경상북도도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비 5억원을 편성하는 등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는 예산상의 문제로 일단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학사를 운영 중인 8개 지방자치단체(경기, 전남, 광주, 전북, 충북, 강원, 제주, 경남)들도 재정 여건이 충분해서 추진했던 것은 아니다. 경남 남영학사만 하더라도 재원조달과 부지 확보의 어려움으로 지난 20년간 도민의 숙원사업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가 행정개혁과 재정개혁을 통해 경남개발공사 이익배당금으로 건립재원을 마련했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와의 협의를 통해 시세 400억원에 달하는 강남 자곡동 부지를 조성원가인 88억원에 매입함으로써 추진이 가능했다. 도민의 세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성사시킨 것이다.

유지경성(有志竟成)의 자세로 추진한다면 대경학숙 건립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지난 선거에서 대경학숙 건립을 공약한 바 있다. 비록 어려움이 있더라도 약속한 대로 추진해야 한다. 출향인사'지역기업'독지가 등을 대상으로 지역 인재 육성기금을 조성하거나, 경남 남명학사 사례처럼 행정개혁과 재정개혁 등 지자체의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건립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연구해 볼 수 있다. 올해 경북도에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실시하는 만큼, 향후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대경학숙 건립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 자녀들의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기반이다. 경남 남영학사도 전년도 부모 건강보험료 월평균 고지금액을 기준으로 입사생을 선발하며, 기초생활수급자 및 장애인 등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서민 자녀들에게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경남과 전북이 각각 환경이 좋은 강남구와 서초구에 재경학사를 운영 중이며, 심지어 전남'광주는 동작구에 이어 올해 은평구에 제2남도학숙을 개관해 출향 학생들의 학업을 돕고 있다.

반면 대구경북은 큰 틀에서 학숙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이 서민 자녀들을 위한 재경학숙조차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대경학숙이 청년 유출을 조장한다거나, 지역 대학생 역차별이라는 주장은 속 좁은 생각이다.

대구경북이 다시 일어서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지역 인재의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의 우수 인재들이 경제적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타 지역 학생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애향심을 심어주고, 향후 대구경북 발전을 위해 일하도록 해야 한다. 또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하는 차세대 우수 인재 양성소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경북도지사와 대구시장은 이제라도 대구경북의 서민 자녀들이 면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동주공제(同舟共濟)의 마음으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협력하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지역유지들과 대구경북 출신 재경 기업인들도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애향심을 발휘해 대경학숙 건립에 적극 발 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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