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네이처에 실린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발 박사팀의 '카푸친 원숭이'(꼬리감기 원숭이) 실험은 꽤 흥미롭다. '불평등한 보수를 거부한 원숭이들' 제목의 이 논문은 영장류 등 동물에게도 '공정성'을 판단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는 내용이다.
요약하면 두 원숭이를 케이지에 넣고 돌을 주워 오면 오이를 보상으로 주는 과제를 냈다. 똑같이 오이를 줄 때는 문제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오이와 포도로 보상을 달리했을 때 맛이 떨어지는 오이를 받은 원숭이가 분노하며 실험자를 향해 오이를 내던지는 행동을 표출했다. 다른 원숭이로 교체해 실험을 반복했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심지어 40%에 이르는 원숭이가 돌과 오이를 바꾸는 행동을 멈추고 저항하기도 했다. 개나 원숭이, 침팬지 등 모든 영장류에서 확인되는 공정성을 포함한 이런 도덕적 행동은 오랜 진화 과정을 거쳐 내재된 본성이라는 게 실험의 결론이다.
요즘 우리나라 청년 심리를 가장 잘 대변하는 말 한마디가 있다.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는 것이다. 관점이 조금 다른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그냥 우스갯소리처럼 들린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구도 등 성장 과정 때문인지 요즘 신세대는 불평등과 불이익에 더 민감하다는 점이다. 대통령 탄핵과 다스'암호화폐 문제 등 각종 정치'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불이익 문제와 청년의 좌절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공감이 어렵지 않다.
최근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연일 수훈 갑이 된 손흥민의 "병역 면제"를 주장하는 국민청원이 눈길을 끈다. 일주일 새 챔피언스리그 유벤투스전 등에서 5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말 그대로 히어로다. 그의 활약상을 계속 즐기고, 국위 선양을 위해서라도 병역 면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확산시키는 배경이다.
올해 만 26세인 손흥민은 8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입대가 기정사실이다. 팬들의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하지만 PGA 배상문 사례 등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할 문제다. 자신이 받는 불이익에 극도로 민감한 청년층이 유명 선수의 병역에는 관대한 이유는 뭘까. 혹시 수십만 명 중 하나쯤은 어때라는 의미일까? 손흥민 대신 누군가가 입대할 수도 있는 결과를 생각하면 해석과 셈법이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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