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고관세 부과 감행…정부, 15일 이내 마지막 협상에 승부

입력 2018-03-10 00:05:00

최대 관세 91.04% 달해, 국내 수출 악영향 불가피…WTO 제소 방안도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한국산 등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우리 정부는 관세 면제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되, 주요국과 공조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 등 적극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캐나다와 멕시코산을 제외한 모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철강'알루미늄 규제조치 명령에 서명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안보 침해라는 잣대를 이용해 대통령 직권으로 특정 수입품에 무역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한국산 철강이 미국의 안보와 경제에 전혀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수입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해 왔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9일 민관 합동대책회의를 주재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년간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한국산 제외를 요청했는데도 미국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산자부는 마지막까지 범정부 차원에서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업해 우리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EU 등 주요국과 232조 조치에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WTO 제소 등 향후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WTO 통상장관회의, G20 재무장관회의 등 다자협의체를 통해 미국이 자유무역을 저해하는 조치를 자제하도록 국제사회에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끝내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국내 철강업계는 대미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러 차례의 '관세 폭탄'으로 휘청거리는 철강업계에 결정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는 앞으로 미국과 진행될 정부 협상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철강재의 88%에 이미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이번에 발표한 관세는 여기에 추가로 적용된다. 관세가 누적되면서 2017년 대미 철강 수출은 354만3천t으로 고점인 2014년 대비 약 38% 감소했다.

포스코의 경우 현재 냉간압연강판 66.04%, 열연강판 62.57%의 관세를 내고 있다. 25%를 더하면 관세가 각각 91.04%, 87.57%에 달한다. 현대제철도 냉간압연강판에 38.22%의 관세가 부과된 상태라 총 63.22%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특히 넥스틸, 휴스틸, 세아제강 등 강관(파이브, 튜브 등)을 주로 수출하는 업체들에 피해가 집중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철강업계는 앞으로 정부가 미국과 진행할 협상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관세는 15일 후 효력이 발생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간에 관세 적용 제외를 원하는 국가들과 협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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